황우석 교수의 연구는 줄기세포 연구가 중요한 한 부분이지만 그것만으로 끝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에 따라서 더 논쟁과 비판이 가열되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바로 "복제", 특히 "인간복제"의 가능성이 놓여있다.

인간복제에 대한 논쟁은 크게 황우석 교수의 연구가 인간복제와 직접적인 상관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초점이 맞춰진 경향이 있다. 황우석 교수는 인간복제가 불가능에 가깝거나 혹은 아주 먼 미래의 일일 것이라고 말하는 반면, 비판자들은 인간복제가 충분히 가까운 미래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참조)

1. "개 복제? 인간복제로 이어질까 걱정"
2. "복제로 멸종 동물 복원 '난센스'…'인간복제' 우려 증폭"
3. 인간복제 가능할까?...황교수 '불가능'

정말 인간복제가 가능할까 그렇지 않을까? 그 답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은 황 교수일 것이다. 황 교수가 인간복제는 불가능하다고 말하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 문제는 두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하나는 인간복제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황교수보다 그 말을 할 '적절한 측면에서의' 권한이 있는지를 살피는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황 교수가 일부로 거짓말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다른 사람들이 의심하는 상황이라고 현 상황을 이해하는 관점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 문서를 참조 바란다.(다음 문서)

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다른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인간복제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재앙인지 한번 냉정하게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내가 말하고 싶은 바는 인간복제가 별로 재앙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어쩌면 우리가 그것에 대해서 친숙하지 않기 때문에 무지에 의해서 겁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 나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분하여 논의를 해 보겠다. 하나는 인간복제가 재앙이라는 입장에 대해서 반성해 볼 필요를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서 제시해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몇 가지 기준을 세워서 인간복제가 재앙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판단해 보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인간복제가 재앙이 아니라고 단언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의 경우에 내가 발뺌을 하기 위해서 이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에 대해서 보다 냉정하게 접근하고자 하기 때문에 이 말을 하는 것이다. 인간복제가 재앙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것일 이제 뚜껑을 열어서 즉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면 해 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것이라면 우리가 알 수 있는 만큼에 대해서만 단언하고 불분명한 부분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 둘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인류가 유사한 우를 범한 적이 많은 경우에는 말이다.

비슷한 사례가 정말 인류 역사에 많았는가 한번 살펴보자. 먼저 유명한 예를 들자면 조지오웰의 "1984년"이라는 소설을 들 수 있다. 이 유명한 소설에서는 컴퓨터 기술에 의해서 등장한 빅 브라더가 사회의 모든 사람들을 발달된 컴퓨터 통제망으로 감시하는 미래사회에 제시된다. 그리하여 컴퓨터는 곧 개인에 대한 사회의 통제와 감시 증대라는 등식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그 이후 실제 변화는 이런 우려와는 거의 무관하게 이루어졌다. 특히 나름대로의 지식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제한된 지식과 개인적인 상상력 혹은 사회적인 선입견과 결합해서 제시하는 미래에 대한 우려는 '윤리'라는 가면을 썼을 때 얼마나 사람들을 미래에 대해서 맹목적으로 불안하게 만들고 사회의 발전을 부당하게 제한하는지를 이 경우에도 잘 드러난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의 조선시대를 살펴보자. 당시에 성리학자들이 논의하고 중요하게 생각했던 가치규범에 의해서 우리의 현대사는 비극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그 입장에 들어가서 생각해 보자. 성리학적, 혹은 유교적 가치규범의 붕괴는 세상의 멸망에 가까운 것, 곧 인간이 살만하지 못한 세상의 도래를 의미한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들이 당시에 행한 대부부분의 행위들은 이해할 수 없게 된다. 그들은 "주자가 성인인가 아닌가?"를 가지고 목숨걸고 싸웠다. 그래서 사화를 일으키고 반대파들을 죽이는 정쟁을 벌였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기 그지 없지만 말이다.

그 당시의 사람, 그리고 현대의 많은 사람들도 여전히 거부감을 느끼는 동성애 문제에 대해서도 유비를 해 볼 수 있다. 인간의 자연적인 권한이나 본성인 이성애를 거부하고 동성을 사랑하며, 동성끼리 결혼하는 사람들... 얼마나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거북한가? 특히 그들에 대한 봉건 사회적 선입견을 무반성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 동성애자들이 인간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란, 내가 볼 때에는, 어떤 복제인간이 태어날 수 있는 사회와 별 차이 없을 정도로 험악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동성애는 우리 사회의 성적 소수자일 뿐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런 생각이 합리적이라고 나도 동감한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바는, 예전에는 우리가 혹은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되는 인간들로서 거부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사회적 관념이라는 것은 시대에 따라서 바뀔 수 있다. 동성애자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세상을 봉건사회적 관념에서 보자면 복제인간들이 태어나는 사회 이상으로 '도래해서는 안되는 미래'로 간주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회가 도래한다고 해도 정말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고 점점 더 많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혹여나 나를 동성애자에 대한 부당한 편견을 가진 사람으로 매도하지 않기를 바란다. 여기서 내가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그들에 대한 사회적 선입견이 부당했다는 점이고 그와 마찬가지로 무반성적으로 제시되는 인간복제를 재앙으로 바라보는 시각 역시 부당할 수 있다는 것일 뿐이다.)

그 밖에도 무반성적인 사회적 선입견에 근거해서 미래의 발전적 요소들에 대해서 공포와 거부감으로 대한 예들은 수없이 많다. 그 예를 한 책에서 인용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파괴하라!.고, 새 컴퓨터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나가면 사회적 신분이 높고 공동체 의식을 지녔으면서 위선적인 여성들이 외칠것이다.

그런 외침은 전에도 들은 적이 있다.

<파괴하라!>란,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그의 무리들에게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불지르라 할 때 외쳤던 말이다.

<파괴하라!>란, 종교 재판장이 갈릴레오의 "대화"를 읽고 외쳤던 말이다.

<파괴하라!>란 산업혁명 때 18세기 영국에서 기술혁신 반대자들이 비참한 생활이 계 탓이라며 기게를 때려부술 때 외쳤던 말이다.

<파괴하라!>란 소련 검열관이 조지오웰이 쓴 소설 "1984년"을 보고 외쳤던 말이다.

<파괴하라!>란 좌익 파시스트들이 미네소타와 몬트리올의 컴퓨터 센터를 폭파하고 때려부수면서 외쳤던 말이다.

또다시 과학과 기술이 사회악이라는 비난이 유행하고 있다. 나는 배우지 못하고, 비참하게 절망에 빠져 있는 기술혁신 반대자들에게 어느 정도 연민을 느낀다. 그렇지만 자신의 생활방식을 자기만 간직하고 싶어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는 거부하며, <과학과 기술이 너무 발전한다>고 허튼 소리를 해대는 대학 교육까지 받은 교양없는 무리들은 동정하지 않는다. <<페트르 베르크만, "파이(원주율)의 역사"에서 인용>>

그렇다. 베르크만이 이야기하는 바와 같은 여러 예들이 인류사에서 있었던 것을 조금이라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우리가 또 그런 실수들을 하지 않아야 할 필요가 있음을 동감한다면 인간복제에 대해서 무조건적으로 재앙시하는 입장에 대해서 좀더 반성해 볼 필요가 있음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간복제가 어떤 이유에서 얼마만큼 재앙일 수 있는지를 한번 곰곰히 따져 보아야 할 필요를 느낄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논의한 내용에서 분명한 것은 인간복제라는 새로운 기술이 무조건 재앙이라는 판단은 유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인간복제가 재앙이 아닐 수도 있으며 단지 우리가 종교 재판장이 지동설을 재앙으로 간주했던 것과 비슷하게 잘못된 선입견으로 인해서 재앙시하며 미래의 발전을 단지 무지 때문에 겁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인간복제가 재앙이 아니라는 것을 아직 증명하지도 못했다. 증명까지 이르지 못하더라도 인간복제가 재앙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말하지 못했다. 이제는 그 부분에 대해서 말해 볼 필요가 있겠다.

먼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새로운 과학이라고 해서 아무런 반성없이 무조건 반길 수는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서 전세계를 한 순간에 파괴할 수 있는 핵폭탄의 기술을 누군가가 개발하려 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그것이 단지 새로운 과학기술이기 때문에 무조건 찬성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런 점에서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반성을 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 수긍하지 않는 바는 아니다.

(나는 단지 그런 반성들 중 일부 지식인들이 '반성'에 충실한 척 하면서 미래에 대한 무반성적 공포감을 부채질하는 것에 반대할 뿐이다. 2005년 8월4일 신문에서는 정치꾼들까지 나섰음을 본다. 나는 정치꾼들이 황우석 교수 연구에 대해서 반대하면서 자신들은 정의로운 척 하는 것에 강력한 혐오감을 느낀다. 민노당도 사실 이미 부정부패의 전과를 쌓아나가고 있지 않은가. 정치꾼들은 당리당략에 사용하더라도 남 잘하는 것을 언급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고 본다. 잘나가는 사람 발목 잡아서 당리당략에 쓰는 것은 결명해야 할 대상이다.)

이제 우리의 문제거리는 두 요소로 구성된다. 새로운 과학기술에 대해서도 반성(즉 비판)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과 무반성적인 비판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방식, 그러면서도 가장 중요한 방식은 비판의 기준을 세워보는 것이다. (이것은 철학적 사고의 가장 기본적인 성격이자, 동시에 철학적 사고가 나아가는 흔한 방향이다.) 즉 새로운 과학기술에 대해서 적절한 기준을 가지고 비판을 하고 반성한다면 그것은 모든 과학기술에 대해서 반성하면서도 동시에 무반성적 비판을 하는 것은 아닐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즉 어떤 변화에 대해서, 특히 현재 우리가 가진 사회적 통념과 상식에 근거해서 낯선 어떤 것들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을 해야 하는가? 그 판단의 기준은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여기서 최소한의 기준들을 몇 개 선정하고 검토할 것이지만, 완전한 기준들의 체계를 제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비판의 기준들에 대한 완전한 체계는 다른 학자들의 신중한 장고에 의해서 제시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제시할 최소 기준들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우리가 어떤 것에 대해서 거부감이나 공포감이 들더라도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일 수 있는 것을 선별하는 기준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에게 익숙하든 낯설든 상관없이 그것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거부해야 하는 것임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편의상 첫째 기준을 "수용기준"이라 부르고 둘째 기준을 "거부기준"이라 부르겠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수용기준: 만약 어떤 미지의 것이 우리의 현재의 사회적 통념에 반하거나 낯설더라도 그것이 어떤 관념적인 신념체계(종교적, 사회적, 혹은 학술적 신념체계 포함)에 근거해서만 거부된다면 우리는 그 거부의 이유를 반성하여 수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더 열어 볼 필요가 있다.

<2> 거부기준: 만약 어떤 미지의 것 다음과 같은 결과들을 직접 초래할 가능성이 분명하게 확대될 때 우리는 그것을 비판할 수 있다. ㄱ) 이미 존재하는 어떤 사람(그들이 소수일지라도)의 생명을 참혹하게 해치거나 혹은 여타의 생명체들을 광범위하게 학살하거나 혹은 심각한 고통에 빠지게 하는 경우가 예상될 때. ㄴ) (고통이 없더라도) 굉장히 많은 사람들의 생명이나 재산을 한꺼번에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경우가 예상될 때.

수용기준이 말하는 바는 쉽게 풀어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즉 "주자가 성인인가 아닌가?"와 같은 성리학자들의 현안문제는 관념적인 신념체계의 문제이므로 이런 근거에서 적이 되는 다른 사람들을 죽이거나 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호주제 폐지와 같은 쟁점을 뒷받침하는 근거나, 동성애에 반대하는 근거들은 주로 관념적인 신념체계이다. 호주제를 폐지하거나 동성애를 인정한다고 해서 누군가가 죽거나 직접적으로 고통에 빠지는 것이 추론되는 것은 아니다.

한편 핵폭탄 개발과 같은 기술에 대해서는 반대할 수 있다. 그것은 거부기준에 저촉된다. 즉 인류가 한 순간에 파괴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대하기 때문에 비판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혹은 코뿔소 코나 뼈를 약재로 사용하는 것도 반대할 수 있다. 그것은 많은 동물들을 학살하거나 멸종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상의 두 기준(수용기준과 거부기준)은 그 자체로서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미지의 것에 대해서 윤리적으로 반성하고자 한다면 이 두 기준을 기존의 윤리체계에 첨가하고 보완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두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우리는 단지 관념적인 신념체계에 반하는 이유로 어떤 것을 거부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근친상간과 같은 것을 우리는 거부할 수 있는데, 그것은 그것이 사회적 통념에 반하는 것(즉 관념적인 신념체계)이 거부이유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반대 급부로 더 얻을 수 있는 것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우리는 핵기술에 대해서 어느 정도 찬성할 수도 있다. 즉 핵기술이 거부기준에 저촉되기는 하지만 동시에 그 기술을 잘 이용하면 새로운 에너지원을 확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위의 두 기준들을 들먹임으로써 무엇을 더 말했는가? 기존의 우리의 상식적 판단에서 다른 것이 별로 없지 않는가? 그렇다. 내용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방법에 있어서는 분명한 선택을 했다. 그래서 이제 논의할 대상인 어떤 신기술에 대해서 우리가 막연하게 공포감을 가지고 거부하거나 찬성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보다 분명하게 판단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그것이 기준이기 때문에 별 달리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일 정도로 당연하다는 것은, 그것이 기준이 얻어야 할 덕목이 될 수 있다.

나는 또 위의 두 기준을 다음과 같은 자격으로서 제시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것은 다양한 윤리적 기준들을 우리가 어떤 문제에 적용해서 판단할 때 그 우선 순위를 정하는 하나의 지침인 것이다. 예를 들어서 하나의 문제에 대해서 두 가지 윤리적 기준이 상충하는데 하나는 관념적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실제적인 생명파괴나 생명체의 극심한 고통을 유발한다면 우리는 후자와 관련된 원칙을 우선 적용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가 위에서 내가 제시한 두 기준에 대해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을 인간복제 문제에 대해서 적용해 볼 수 있다. 인간복제가 이루어진다면 왜 그것이 재앙으로서 간주되어야 하는가? 내가 볼 때 그것은 별로 재앙이 아닐 수 있다. 그것은 수용기준에 따라서 수용될 수 있으며 거부기준에 별로 저촉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타의 다른 윤리적 기준들을 심각하게 위해하지도 않는다. 만약 기존의 윤리적 기준들을 심각하게 위배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모두 관념적인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것이 전부라면 나도 인간복제에 반대하는 것을 어느 정도 긍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고, 그 반대 급부로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럴 경우의 관념적 이유라는 것은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나의 입장이다.

정말 인간복제에 의해서 아무런 생명도 파괴되지 않고 단지 관념적인 이유로 그것이 재앙으로 간주되는가? 우리는 이 문제를 한번 자세히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현재 상황에서 가정할 수 있는 인간복제란 것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한번 생각해 보자. 그것은 인간의 난자에 다른 사람의 염색체를 주입하는 것이다. 인간의 난자는 하나의 세포이다. 그것은 완전한 인간이 아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수정란 이전의 난자나 정자가 생명체로서 인정받을 수 없다는 데에 동의한다. 여기에 염색체를 교환한다는 것은 어떤 생명도 파괴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생명에 탄생하는 것만을 의미할 뿐이다. 만약 우리가 '인간이' 새로운 생명을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서만 문제삼지 않는다면 이 전체 과정에서 윤리적으로 거부감을 느낄만한 부분은 특별히 없어 보인다.

이제 새로운 생명이 만들어졌다면 여기에서 생겨나는 쟁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그것이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이 다른 인간과 동일한 유전정보를 가진 인간이라는 점이다. 여기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가?

종교적인 입장에서는 신이 아닌 '인간이' 생명체를 만든다는 사실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옛날에는 종교인들이 지동설에 대해서도 그와 같은 거부감을 느꼈다. 신에 대한 경외심은 인간이 생명체를 마구 만드는 날에도 깨어지지 않을 수 있다. 지동설이 일반화된 오늘날에도 기독교가 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한편 그러한 염색체 교환을 통해서 인간을 만들지 않더라도 사실상 많은 부분에서 오늘날에는 인간이 인간 탄생에 관연하고 있다. 가족계획이 그러하도 피임이 그러하며 하다 못해 사람들이 잠자리를 같이하여 임신을 하는 과정도 사실은 인간이 결정한다. 시험관 아기는 또 어떤가? 그러므로 인간이 다른 인간의 탄생에 개입하는 이 모든 과정에 대해서 잘못이라고 말할 수 없다면, 인간이 인간 탄생에 더 많이 개입하는 인간복제의 과정에서도 결정적인 문제거리를 발견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러면 인간복제된 인간이 다른 한 인간과 동일한 유전정보를 갖는다는 점을 고찰해 보자. 이것은 신기해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는 그런 사례를 많이 보고 있다. 일란성 쌍둥이가 그러하다. 만약 인간복제가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이 세상에 일란성 쌍둥이들이 더 많이 태어나는 결과와 유사할 수 있다. 특히 서로 다른 개인들이 동일한 유전정보를 가진다는 점이 문제된다면 바로 그 점에서 일란성 쌍둥이의 증가는 정확히 그 상황을 묘사한다. 나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나더라도 그 때문에 이 세상에 특별한 비극이 생겨나리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인간복제가 이루어질 때 생겨나는 결과, 즉 다른 사람이 동일한 유전정보를 갖는다는 점 때문에 이 세상에 특별한 비극이 생겨나리라고 생각지 않는다.

가끔 사람들은 복제인간이 태어났을 경우에 그들이 겪게된 정체성의 문제를 미리 염려하기도 한다. 그런 염려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불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정체성의 문제를 겪는 사람들은 복제인간들만이 아니다. 이미 현존하는 사회에서 정체성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입양아들이 그렇고 한국에서의 혼혈아들이 그러하다. 그런데 내가 지적하고자 하는 문제는 그들이 정체성의 문제를 겪는다는 점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는 별로 정체성의 문제를 느끼지 않기도 한다는 점이다. 미국과 같은 다인종 사회에서는 혼혈아들이 정체성의 문제를 매우 적게 느낀다. 입양이 일반화된 사회에서 입양아들을 잘 키우는 부모들의 입양아들 역시 정체성의 문제 역시 훨씬 적게 느낀다. 이런 점을 볼 때 정체성의 문제는 각 개인이 처한 사회에서 각 개인들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는 것, 즉 사회적 통념에 크게 의존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달리 말하자면, 인간복제가 일반화되거나 적극적으로 긍정되었을 때 그런 사회에서 잘 정리된 사회적 통념으로 복제인간들을 대한다면 그들이 경험하는 정체성의 문제는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괜히 "블레이드 러너"같은 영화 하나 보고 그 영화 대본이 철학적 문제에 대한 절대적 대답이나 포함하고 있듯이 착각하면 곤란하다.(2005년 8월 현재, "아일랜드"라는 영화가 또 복제인간을 주제로 다루고 있어서 화제거리이다. 하지만 그런 대중적인 여론몰이를 정확한 답으로서 간주하는 데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상에서 고찰해 보았을 때 인간복제가 왜 심각한 재앙으로 간주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또렷하고 구체적인 답이나 강력한 논변을 찾기가 어려운 듯 하다. 만약 이것이 나의 무지와 짧은 사고력의 결과 때문만이 아니라면,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인간복제가 왜 그 자체로 절대적으로 금지되어야 하는 재앙인지에 대해서 충분히 답할 수 없다면, 우리는 이 문제를 다시 전향적인 자세로 고찰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인간복제가 부수적으로 결과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을 위해서 장난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으며, 여기에서의 쟁점 역시 그것은 아니지 않는가. 이 전체에서의 나의 주장을 정리하자면, 인간복제 그 자체가 다른 어떤 반대 급부에도 불구하고 결코 포기되어서는 안되는 재앙이라는 인식에 대해서는 전혀 정당화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것일 뿐, 장난으로 인간복제하는 것까지 허용하자는 것은 아니란 점을 다시 분명히 강조해 두겠다. <2005년 8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