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토론실

<기존의 토론 정리1>

최초에 사이트 운영자인 제가 토론실을 여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게 99년 6월 15일이었군요.

<파깨비 : 토론실을 열었습니다. 많은 참여를.>

철학에 대한 토론실을 열었습니다. 이 토론실은 많은 분들의 생각을 반영하여 우리 모두와 같이 숨쉬며, 그래서 살아있는 우리의 철학적 사유를 정리 해 보기 위한 장치입니다. 여기서 저는 여러 주제들을 제안해 보고, 또 여러분들이 제안하는 주제들에 대해서 같이 생각해 보며, 이 토론실에 제안되고 토론되는 이야기들 을 단계적으로 정리해서 홈페이지에 게재하겠습니다.

일단, 저는 "우리에게 필요한 철학이란 어떤 것인가?" 라는 주제를 제시해 보고 싶네요. 이 곳은 교수님도 계시지 않고, 저도 같이 공부하는 학생일 뿐이며 다른 분들도 권위를 내세우지는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다른 곳에서 할 수 없었던 숨김없는 생각을 제시함으로써 권위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억눌려있던 진짜 우리 생각을 모아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이렇게 토론실을 열자마자 어떤 사람이 나타나서 기존의 이른바 "제도권 철학"에 대해서 맹열하게 비판을 하였습니다. 성함이 "이름무"라고 되어 있더군요. 제겐 반가운 손님이었구요. 그 비판 내용은 제게 좀 부담스러운 것이었지만.

<이름무 : 현대의 소피스트들과 지적 허영>(7월 5일입니다.)

우연히 철학에 관한 정보를 찾다 이 곳에 오게 되어서 토론실의 주제에 대해 몇마디 말하려 합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철학이 어떤 것일까에 대해서 나도 평소에 생각했던 바가 있어서 말해 보겠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내 생각에 오늘날 철학 교수들이 하는 철학이란 옛날에 소크라테스가 비판했던 소피스트들의 궤변과 별 다를 바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당시에 소피스트들은 자신들의 밥벌이를 위해서 궤변들 을 늘어놓고 또 변론하는 방법을 사람들에게 가르쳤습니다. 이 때 소크라테스가 나타나서 그들이 가르치고 주장하는 것들이 실제로는 별로 근거가 없다는 것은 논쟁을 통해서 보이려고 하였죠. 그러다가 사회적인 기득권을 가지고 있던 그들로부터 공격을 받아 독약을 먹고 죽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사람들은 사회적 기득권자이고 또 자신들의 밥벌이를 위해서 글쓰고 논쟁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때의 소피스트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해요. 더군다가 제도권의 철학이 가르치는 내용들이란 가만히 뜯어보면 우리의 생활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들입니다. 너무너무 어렵기만 하고 그것들을 몰라도 살아가는 데에 별 지장이 없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소피스트들의 궤변과 다를 바가 없다고 봐요.
그들은 논문을 쓰고 권위있는 이야기들을 주장하기 위해서 어려운 영어 원서들을 인용하는 법을 가르치죠.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우리들의 철학이 발전하는 것은 아닐거예요. 오히려 옛날에 중국의 학문을 떠받들던 사대주의가 이젠 서구의 학문을 떠받드는 신종 사대주의로 다시 태어났을 뿐이죠.

이 사이트에 있는 철학 자료들이란 것도 모두 살펴보면 대체로 그러한 제도권의 철학공부 내용들을 잘하기 위한 글들인데, 그런 것 없이도 잘 살 수 있는 사람들의 지적 허영심만을 자극하여 불필요한 공부를 하게 만드는 일종의 사기라고 생각해요.
도대체 훗설과, 퍼트남, 데카르트와 같은 철학을 알아서 뭐 할 것이며 모르면 또 뭐 어때요? 물리학을 모르면 과학기술이 떨어져서 나라가 발전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의 퇴계와 율곡은 잊혀지고 오히려 일본에서 더 연구하는데 우리는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도 알 수 없는 궤변같은 학설들에 매달려서 골머리를 썩혀야 하는 이유를 나는 이해할 수 없어요. 우리에게 필요한 철학이란 우리의 생활과 연관된 철학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은 현재 우리가 생활 속에서 겪는 혼란들, 어려움들 중에서 반성적인 사고활동을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문제들을 다루어야 하는 것이죠. 그것이 어떤 것일지는 나도 아직 잘 모르지만 모든 사람들의 참여가 필요할 때라고 생각해요.

일단은 기득권자의 지적 허영에 놀아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철학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또 제 주장을 덧붙이죠.

(주장이 좀 자극적이죠? 제목도 그렇고... 하지만, 이 정도는 허용해야만 토론이 이루어진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사이트에 있는 글들도..."에서 저 자신을 비판하고 있기도 해서 저도 뜨끔은 하더군요. 토론실을 열자 보름이 넘어서 나타난 손님에게서 비판부터 받는 입장- 그래서 저도 나중에 한번 반박을 해 보죠.)

여기에 대해서 직접 반대하고 나선 분은 "미인99"이라는 이름을 쓴 분입니다. 한번 볼까요? 날짜가 7월 6일이니까, 이름무님의 주장에 대해서 즉각적으로 반박을 하신 셈이네요.

제도권에서 철학을 공부 하고 있습니다. 글쎄요 지적 허영이니, 기득권 유지니 하는 정도로 철학을 규정한다면 철학도로써 상당히 기분이 상하겠죠. 어떤 학문이나 그들만의 울타리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부분들은 때때로 누군가에게 비춰짐에 있어서 권력처럼 느껴지기도 하며 불필요한 부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사실 상당수의 개념들이 완전한 상태가 될 수 없음의 속성상 본의가 아니게 충돌을 빚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점점 개념이 다져지는 경우도 흔하지만 그와 동시에 타자들의 생활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철학이 지적 허영이나 기득권 유지를 위한 말들로 이해 된다면 일정부분 철학이 담당해온 중요한 부분들을 간과하게 될 것입니다. 철학은 그 시대의 얼굴입니다. 철학은 적어도 삶 속에서 고민하는 자들이, 즉 우리 모두가 만들어 낸 얼굴입니다. 우리는 삶이 무엇인지, 전체 우주속에서의 인간의 지위는 어떤것인지, 혹은 내가 정신체로서 홀로 있는 것인지 등등의 수많은 물음을 던져 왔고 스스로 대답해 왔던 것입니다. 그 대답은 끊인 적이 없으며 항상 다른 모습으로 존재해 왔던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불필요 한것들도 모든 필요한 것들로 대체될 수 없습니다. 철학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철학에는 나름대로의 성향이 있음과 주류와 비주류가 있음을 인정하신다면 사소한 우리의 오해는 풀릴 것입니다. 전 오히려 더욱 다양한 목소리가 있어야 된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제도권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있다"라고 자기 소개를 하면서 시작을 하셨는데, 그래서 그런지 논지가 분명하고, 뭐랄까, 이름무님의 주장에 대해서 정확하게 요점을 찔러서 반박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름무님의 주장을 "제도권 철학이 불필요하다"라고 정리하고 논박하셨군요. 그리고 끝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고 맺음으로써 이름무님과 같은 비판자에 대해서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주셨습니다. 이렇게 되면 굉장히 설득력있는 주장이 되겠죠.

그런데, 만약에 이름무님의 주장을, "제도권 철학의 전체적인 방향이 잘못되었다"라고 정리해 본다면 미인99님의 주장은 살짝, 아주 살짝 초점을 빗나갔다고 볼 수 있는 여지도 있겠네요.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까닭은, 이름무님이 옛날 소크라테스 이야기를 꺼내면서 소크라테스가 하려고 했던 것과 같은 진지한 물음이 아니라 옛날의 소피스트가 하려고 했던 것과 같은 어떤 "가면"같은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철학이므로 옛날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할 여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

일단 여기까지, 힘들었죠? 머리도 아프죠? 하지만 재미있지 않아요? 철학으로 논쟁하는 것을 가만히 보면 싸움처럼 재미있는 요소가 있답니다. 일단 한숨 돌리고, 다음 장에서 계속 논쟁을 살펴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