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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들의 글은 너무 어려워요. 수차례 읽고 또 읽어야 겨우 이해가 될까 말까 하는 책은 대하고 싶지 않아요.』

독자들이 공통적으로 제기하는 문제점은 학자들의 오문내지 악문이다. 다음 글을 보자.

『확률표집 방법의 논리는 모집단의 개별구성요소가 표본에 포함될 확률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확률표집을 위해서는 모집단의 규모와 성격이 정확히 규명되어야하는데 개별요소들의 추출확률을 동일하게 하는 것이 필요치 않다거나 또는 불가능할 경우에는 비확률표집의 방법을 쓰게 된다.』

도대체 알 수 없는 난삽한 글이 전문성과 지적 깊이를 가장해 저자의 게으름과 무성의를 은폐하고 있다.
대중에게 이해되기 어려운 말은 암호에 불과하다.
의사들이 영어 처방전을 고집하면서 대중들이 접근할 수 없는 성벽을 쌓아 자기세계를 방어하듯, 학자들도 애매모호한 암호의 세계에 안주하며 외부의 비판을 사전 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학자들의 글쓰기가 어려워지는 이유는, 이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외국이론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사회과학자의 글쓰기」(일신사 간행) 저자 이성용씨는 『외국이론을 목표로 하고 한국현실을 수단으로 삼는, 다시 말해 외국이론에 우리현실을 꿰맞추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진단한다.

『바다건너 「종주국」에 다녀온 이들이 그곳에 다녀오지 못한 동포들 앞에 위세를 부리며 「사또밑의 아전행세」를 하기 때문』(조혜정ㆍ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이라는 혹평도 있다.

이런 「서구 추수주의」는 「기지촌 지식인」이란 자책으로 이어진다.
『논문이란 서구 정신문화의 정화로 수입된 상품이기 때문에 논문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학자들은 서구문화의 중개상 노릇을 하는 기지촌 지식인에 불과하다』(김영민ㆍ한일신학대 철학교수)는 것이다.
원인은 자기 것에 대한 자긍심 부족이라고 학자들은 주장한다.
『자기 학문에 대한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폐쇄적 독단체계 속에서 학문권력을 나눠갖지 않으려고 한다』(정재서ㆍ이화여대 중문학 교수)는 지적이다.
이런 「박제화된 글쓰기」 내지 「유령같은 문체」가 대학 제도 탓이라는 설명도 있다.
『지도교수들은 내용의 깊이나 참신성 여부보다는 논문형식이 제대로 갖추어졌는지에 초점을 맞춰 글의 내용이 구태의연한 것은 용서할 수 있지만 형식이 어긋난 것은 용서할수 없는 중죄로 여긴다』(김종갑ㆍ건국대 영문학 교수)고 말한다.

97년 미국 뉴욕대의 앨런 소칼 교수가 『자크 라캉 등 프랑스의 대표적 지식인들이 지식을 과시하기 위해 대중들이 잘 모르는 과학용어를 남발하고 있다』고 고발한 것 처럼, 이유야 어떻든 비슷한 「지적 사기」가 한국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준호기자 : jun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