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천부경 해석<3>: 현대과학 혹은 우주의 변화, 그리고 예언까지

앞에서 천부경을 중심으로 한 철학 연구에 대한 선입견을 언급하면서 가볍게 논의했지만, 천부경 연구에 있어서 또 하나의 두드러진 특징이자 문제점은 현대과학, 우주 변화 등을 언급하면서 예언을 일삼는 논의이다. 이것은 실제로 천부경에 대한 학술적 가치를 평가절하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천부경을 쓴 사람이나 그것을 번역한 최치원이 정말 카오스 이론이나 양자역학, 그리고 수천년 뒤에 일어날 환경파괴와 지각변동을 예언하고 천부경을 썼을까? 그런 예언을 한 사람이라면 오히려 정감록이나 토정비결과 같은 책을 썼을 것이다. 가장 불합리해 보이는 것은 81자의 암호문(그들은 천부경을 암호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속에 그러한 예언들이 다 포함되어 있고, 현대과학의 놀라운 결과들이 다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신과학 운동을 염두에 두고 이러한 해석의 정당성을 논의하고자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신과학 운동과 천부경에 대한 현대과학, 우주변화 등을 결부시키는 해석은 여러 점에서 심각한 차이를 드러낸다. 적어도 신과학 운동을 논의하는 사람들은 과학자들이 포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과학 운동에 대한 비판 역시 만만치가 않다. 그렇다면 천부경을 현대과학과 연관지어서 논의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현대 과학자들은 거기에 한 명도 없다. 쉽게 말해서, 현대 과학에 대한 대중적 해설서 몇 권 읽고 천부경에 대한 해석을 끼워맞추는 것은 아닌가 하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결론에 대해서는 신과학 운동에 대한 비판만큼의 비판조차도 없다. 아예 논의할 가치가 없다고 묵살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천부경을 해석할 때에는 그 때 당시의 사람들이 정말 생각했을 수 있는 내용의 테두리 안에서논의해야 한다. 그것은 현대과학이나 우주변화와 연관시켜서 천부경을 해석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현대과학이나 우주변화와 연관시키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필요하지만 그 때 당시에 사람들이 생각했을 수 있는,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해석을 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천부경에 대한 해석 중 가장 나은 것, 가장 참고할 만한 것은 김상일 박사의 <한철학>(전망사, 1988)에서 나타난다. <한철학>에서 김상일 박사가 제시하는 천부경 해석은 대체로 잘못된 부분이 많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하지만 그 방법론은 가장 설득력이 있다. <한철학>에서의 천부경 해석은 김상일 박사가 제시하는 한민족의 사상으로서의 한철학의 한 토대로서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적 접근과 문화적 접근이 고루 이루어지지만 거기에서 심각한 억측이 별로 개입되지 않는다는 점이 반길만한 점이다. 하지만 역시 김상일 박사도 성수와 생수 등과 같은 하도 낙서의 개념들을 천부경을 해석하는 데에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한계점으로 생각된다.

<영화로 읽는 윤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