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천부경 해석<2>: 암호해독의 해석

천부경 해석에 있어서 또 다른 흔한 문제점은 천부경을 암호문 취급 한다는 것이다. 그런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81자라는 짧은 구절 속에 많은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고, 특히 일부는, 천부경 해석을 시도함에 있어서 음양과 오행과 같은, 익숙한 개념들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그러할 것이다. 실제로 많은 해석자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음양과 오행에까지 그 의미를 끌어다 연결하는 것에서 이러한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아래의 도식은 이렇게 천부경을 암호문처럼 취급해서 해석하려는 한 시도이다.

그런 해석자들은 천부경에 대해서 '비밀'이라는 글귀를 잘 덧붙인다. 하지만 천부경을 이해하는 것이 비밀을 파헤치는 것이고 그것이 암호문이라면 그것은, 사람들이 흔히 짐작하는 바와 같은 불변의 진리를 내포한 경전일 수 없다. 암호문은 주로 특정한 사람들만이 소유해야 하는 어떤 것에 적용되는데, 흔히 전쟁에서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계책, 혹은 사이비 종교와 같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지받지 못하는 종교의 교리나 잘못된 의식, 혹은 사회의 특정 계급이 자신들만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신과 직접 만난다는 의식을 위한 주문과 같은 것 등이다. 이와 같은 그 어느 것이든, 혹은 그 밖의 어떤 것이라도 천부경이 그러한 암호문이라면 그것은 대단히 보편적인 가치가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글일 가능성이 매우 적다. 특히 최치원이 천부경을 번역했다는 그 당시의 상황은, 일제강점기처럼 타국의 지배 하에서 우리 사상을 비밀리에 전수해야 하는 어려운 시대도 아니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므로 천부경은, 모든 경전이 그러하듯이 그 내용이 직관적이고 당연한 것이며, 그래서 보편적일 수 있어서 불변의 진리를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글이라고 추측하는 것이 합당하다. 그렇다면 그 글귀는 일상적인 표현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고, 단지 짧은 글이기 때문에 함축적인 표현이 쓰였을 수 있으며, 또 싯구처럼 일부 대구를 사용했다고 가정할 수 있다. 특히 끊어읽기에서 어떤 수치적인 규칙을 파악하여 천부경 구절을 끊어읽어야 한다고 가정하는 것은 바로 천부경을 암호문 취급하는 것인데, 암호문은 겉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도록 숨기면서 실제로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어떤 규칙성으로 내포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말이 쉽게 이해되도록 끊어읽는 것이 첫번째로 시도해야 할 바이며 그 너머에 있는 어떤 숨은 뜻을 가정하여 일상적인 의미를 파괴하면서 끊어읽고 해석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는 것이다.

<영화로 읽는 윤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