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 삼재와 강유의 논리적 성격

먼저 삼재와 음양 혹은 강유 개념의 정확한 학술적 지위를 논하자면, 이는 사람이 사물의 변화에 대해서 생각할 때 생각의 틀을 위치짓는 방향과 같은 것이다. 이에는 아직까지 특별한 이름이 없었으니 굳이 이름붙여 논하자면, ‘논리의 방향’ 혹은 ‘생각의 방향’이란 뜻으로서 “논향”(論向)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일단 삼재?강유의 개념이 논리적 범주에 속하는 것은 아님이 분명하다. 논리적 범주란 개념들의 유와 종의 구분에 근거하는 것이다. 즉 어떤 개념이 다른 어떤 개념의 집합에 원소로서 포함되는가를 따져서 최상위의 포괄적인 개념들의 집합을 정립했을 때 우리는 그것을 “범주”(category)라고 부른다. 그런데 삼재와 음양은 범주가 아니므로 음양이 삼재의 예인 것도 아니요, 삼재가 음양의 예인 것도 아니다. 또한 한편으로는, 음의 성질을 가진 것 속에서 우리는 다시 음양을 구분해 낼 수 있고 삼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여서 하늘의 요소나 땅의 요소 속에서도 각각 삼재를 다시 적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삼재와 음양의 개념적 성격은 형식적 논리와는 다르다. 예를 들어 음양을 생각해 볼 때, 오히려 어떤 것이 양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 그것은 동시에 음의 성격도 갖는다는 사고의 방향을 정위시켜 주는 것, 그것이 음양 개념의 논리적 성격이다. 그러므로 그 양의 성격 속에서도 다시 또 어떤 측면(양)이 있으면 그 반대 측면(음)이 있음을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삼재도 이와 같은 것으로서 어떤 것이 그것으로서 분별되면 그 분별이 가능하게 하는 배후의 전체와 그 분별을 인식하는 주체가 있음을 반성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사고의 나침반인 것이다.

논리적 범주는 사물의 존재양식에 관련된다. 그리하여 사물과 인식주관의 관계와 그 성격에 의존하며 서양철학의 존재론의 체계 속에 포함된다. 이에 반해서 논향은 행위를 염두에 둔 변화와 인식의 형식화에 의존한다. 그리하여 동서남북의 틀이 이미 있기 때문에 북쪽이 정해지면 동서남북을 한꺼번에 정위시켜 구체적인 판단의 준거로 삼듯이 논향도 삼재나 음양?강유의 틀을 사물에 적용하여 행위와 인식의 체계를 확대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논향은 정위 조건을 갖는다.

음양의 정위 조건은 단순하다. 하나가 음이면 그 반대의 성격, 혹은 그와 대립되는 성격을 갖는 것이 있고 이것이 곧 양이 된다. 한편 삼재는 조금 더 복잡하다. 전체가 있고 그 속에 어떤 것을 하고자 하는 의지주체가 있으면 이 주체에 대해서 모든 변화는 대상의 나타남과 스러짐으로서 존립한다. 그러므로 논향으로서의 삼재가 갖는 정위 조건은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어떤 것이 그것으로서 분별되면 그것은 땅에 속한다. 그 구분을 결과하는 원인이 곧 사람에 속한다. 한편 이 인과를 가능하게 하는 토대가 하늘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것을 목적으로서 의도한다면 그 의도되는 바가 땅에 속하며 그 의도하는 주체는 사람에 속하고 이 의도를 실현시키는 토대가 하늘에 속하는 것이다.

삼재와 음양?강유?허실의 논향이 사용되는 것을 이 책 전체에서 자주 보게 될 것이다.

<철학, 지식이 아닌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