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삼재와 강유의 의미

그러면 삼재란 무엇인가? 흔히 일컫는 바에 따라서 말하자면 하늘?땅?사람을 가리켜서 삼재라 한다. 그리고 강유란 무엇인가? 굳셈과 부드러움을 가리켜 강유라 부른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삼재에 대한 은유적인 설명에 국한되는 것으로서 삼재에 대한 설명의 시작에 불과할 뿐 핵심도 아니고 전부는 더욱 아니다. 특히 강유는 많은 무술가들이 사용하는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그 개념이 정교화되지 못하여 문학적 은유에 그치고 결국 가르침이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1) 삼재에 이르러서는 익히 논의된 바조차 거의 없는 실정이다.2) 이런 상황에서 삼재와 강유의 원리에 따르는 인간의 움직임의 틀인 태권도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므로 태권도를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기 위해서는 먼저 삼재와 강유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정립하고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태권도>로서의 삼재는 『태권도의 철학적 원리』에서 하늘의 길과 땅의 길, 그리고 사람의 길을 기법적으로 형식화함으로써 분명하게 되었다. 즉 하늘의 길이란 “자신의 모든 것이 제 나름의 자리 즉 가장 마땅한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것”(6장)이며 땅의 길이란 “상대를 세계와 대립시키고 자신은 그 속에 조화되는 것”(11장)이고 사람의 길이란 “항상 자신이 자신인 바를 잃지 않는 것”, 그래서 “자신의 움직임의 중심축이 되는 안정된 자세로 재빨리 돌아온다는 것”(12장), 달리 말하면 끊임없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추구하는 것이다. 한편 <태권도>로서의 강유는 『태권도의 철학적 원리』에서 포괄적이지만 애매하게 제시되었던 것을 여기에서 분명히 정리하는 바, 기법의 두 원리이다. 즉 강기란 “상대의 약한 곳에 자신의 힘과 움직임을 집중하는 것”이고 유기란 “상대의 움직임과 의도에 따르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삼재와 강유의 개념정립은 분명히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것은 단순한 은유를 넘어선, 기법과 개념체계, 특히 한국 고유의 철학적 개념체계와의 일치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전통적인 동양철학의 중요 개념인 삼재와 강유 개념에 대한 학술적인 근거확립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므로 곧바로 태권도에 대한 설명으로 들어가기 전에 학술적인 선행 논의들을 통해서 삼재와 강유 개념의 철학적?논리적 바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1) 여기서 “문학적 은유에 그친다”라는 말의 예를 들어보는 것이 이해를 쉽게 도울 것이다. 즉, “때로는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처럼 부드럽게 움직이고 때로는 날카로운 창칼처럼 굳세고 날카롭게 움직인다”와 같은 류의 표현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표현이 논리적으로 명료한 이론의 직관적인 설명이라면 단순한 은유가 아니겠지만 그러한 설명이 없는 동작에 대한 미화라면 “문학적 은유에 그친다”라는 예의 적합할 것이다. 무협지에서 이러한 예를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또 대다수 표현력과 설명력이 부족한 무술서적에서도 이런 예는 흔하다.

2) 만약 “삼재”를 단순히 필자 혼자서만 사용하는 개념으로 한정한다면, 이 문장은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다. “강유의 기법을 가능하게 하는 무술의 보이지 않는 면모를 체계화한 개념에 이르러서는 익히 논의된 바조차 거의 없는 실정이다”라고.

<철학, 지식이 아닌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