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만나는 희망과 실망들
대학생이 되면 갖게 되는 희망은 단순하다. "뭔가 새롭고 즐거운 일이 있을 거야"라는 기대가 그 핵심이다. 그리고 대학에서 만나는 실망도 단순하다. "그 새롭고 즐거운 일이 없더라"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면 뭔가 달라지겠지...했던 기대가 무너지고 결국은 모든 것이 다시 쳇바퀴 돌듯이 이어지면 두가지 선택이 주어진다. 하나는 체념하고 잊는 것이다. 다 그런 건가보다... 다른 하나는 실망 속에서도 왜 그럴까 고민하는 것이다. 그 고민을 같이하는 것이 여기에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빙빙 돌리지 말고 결론부터 말해 보자.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가? 내 생각은 자신이 변해야만 해결된다는 것이다. 무엇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내 생각은 이렇다. 일단 뭔가 새롭고 즐거운 일이 있을 거야-라는 생각 속에 있는, "그런 일이 나에게 생길 거야"라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즐거운 일은 누구에게나 우연히 생길 수 있다. 어떤 환경에서도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어떤 환경에서도 항상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정말 우연히 생기는 것이다. 대학생이라고 재미있는 일이 항상 우연히 생기지 않는다. 좀더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기기 위해서는 좋은 일이 생기기를 기다리지 말고 자신이 직접 만들어야 한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 전부일 것이다. 이제 이것을 조금 "느낌이 전해 오도록" 풀어서 생각해 보겠다. 3월이 되고, 긴 겨울이 끝나면서 새학기가 시작되면 많은 사람들의 눈망울 속에서는 뭔가 많은 기대가 반짝인다. 새내기들도 들어 올 것이고 이번에는 공부도 열심히 해야지... 이게 대학 물을 좀 먹은 노땅들의 기대라면, 대학에 갓 들어오는 신입생들의 기대는 뭔가 다르다. 고등학교때까지 자신을 옥죄던 모든 사슬이 풀어지는 것 같고, 대학엘 가면 이성 친구도 쉽게 사귈 것이며, 축제 때에도 즐거울 것이다. 미팅도 많이 하게 되겠지. 그러다 우연히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면 어쩌면 가슴아픈 사랑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등등. 입학 후 1주일, 아직 그런 기대는 요동도 하지 않고 마음 속에 숨어있다. 1주일 동안 새 환경에 적응하느라고 다른 것에 신경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의실에서 강의실로 찾아다니면서 듣는 강의도 새롭거니와 많은 선후배들을 만나게 되면서 정말 기대했던 대로 많은 변화를 경험하는 것이다. 그러나, 1달이 지날 때쯤에는 기대가 수그러들게 되어 있다. 이미 "할 일이 없어서" 시간을 허비하는 경험을 여러번 했고, 처음에는 가볍고 재미있게 들을 수 있을 것 같던 강의들이 역시 부담이 되기도 하고 별 의미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미팅은... 두 경우가 생기는데, 자존심 챙기면서 미팅 기회가 생겨도 미팅 안나가는 경우가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열심히 미팅을 쫓아다녔지만 별 볼일 없더라는 것이 두번째이다. 학회를 한다고 열심히 사회과학 책을 읽어대는 학생들도 생기고 미분적분 등의 수학공식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친구들도 생긴다. 중간 고사가 몰아치는 4월 말에서 5월쯤이 되고 나면 고등학교 다닐 때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음을 느낄 수 있다. 결국은 시험이 다가오면 쫓기듯이 하기 싫은 공부를 해야하고 시험이 끝나서 시간이 생겨도 이 놈의 시간은 다 어디 가 버렸는지 없고, 가끔 시간이 남으면 할 일이 없다. 정말 낮잠을 청하게 된다. 축제가 있어도, 그게 재미있어도 지나고 나면 허무하긴 마찬가지이다. 가수들이 공연을 하고, 잠시 열광을 한 후에 방안에 들어오면 TV에서 보던 것과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고등학교 때 공부나 열심히 할 때에는 힘겨운 속에서도 뭔가 쌓이는 느낌이라도 있었는데, 이건 시간이 지날수록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 만약 이런 생각과 느낌을 가졌다면 "대학에서의 실망"이라는 말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경험한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내가 말하는 실망을 경험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내가 아는 것은 나를 중심으로 한 몇몇 소수의 경험 이상을 넘어서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여러분이 이와 같은 실망을 느꼈다면 혹시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계속 말을 해 보겠다. 고등학교 다닐 때 소풍을 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중학교 때나 초등학교 때 소풍을 가 본 적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어릴 때 소풍 기억이 더 즐겁고 재미있을 것이다. 만약 내 말이 맞다면 그건 시간이 지나면서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수련회나 극기 훈련같은 걸 가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힘들고 고생스러울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리고 정말 힘들고 고생스러웠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게 참 재미있었다라는 경험이 있는지. 시간이 지나도 알차고 즐거운 기억으로 남는 경험은 대체로 두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그 과정이 목적의식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이다. 뭔가를 이루고자 하는 것이 있고 그 목적을 위해서 땀을 흘리는 과정이 있다. 그 목적이 남에 의해서 주어진 경우도 많지만. 둘째는 별로 재미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던 과정이라는 것이다. 다른 글에서도 말했지만 대학에 들어오면 학생들은 자기 목표를 잊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대학을 목표로 고등학교 때가지 열심히 공부해 온 학생들이니까. 그리고 그 목표인 대학엘 들어왔으니까. 게다가 그 과정이 많이 힘들었기 때문에 좀 쉬고 싶으니까. 다시 무언가 목표를 추구한다는 것은 곧 고생을 의미한다. 하지만 목표가 없이는 재미가 없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컴퓨터 게임을 보자. 장기나 바둑도 마찬가지이다. 그것들이 재미있을 수 있는 것은 그 게임 속에서 목표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지기 위해서 대충 하는 게임이나 장기나 바둑이 재미있을 수 없다. 힘겹게 이겼을 때, 수 차례의 실패 끝에 이겼을 때 재미가 주어진다. 대학생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상이 대체로 근원적인 문제를 짚어 본 것이라고 한다면, 이것 이외에도 조금 더 사소하지만 실제적인 충고들을 몇가지 덧붙이면서 이 이야기를 맺겠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하여 강조한다면 목표를 가지고 기대를 줄이라는 것이다. 그 이외에 덧붙이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자신이 재미있는 일들을 만들려고 노력해 보라는 것. 하다 못해 재미있는 일을 만들지 못하더라도 재미있는 장소를 찾아다니고 스스로 재미를 발견하려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5월이 되어 축제 기간이 되면 친구들은 다른 학교 친구들의 초대를 받아서, 혹은 미팅이 생겨서 놀러 나가고 없다. 여러분을 초대할 친구들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풀이 좀 죽겠지? 왜 여러분을 초대할 친구가 없을까? 그 이유는 어쩌면 여러분 속에 있다. 여러분이 친구들을 초대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지는 않는가? 학교 축제 때 친구를 초대해 보자. 그리고는 학교 구경을 시켜 주고, 그 친구가 재미있도록 여러가지 일들을 꾸며 보자. 나중에 그 친구가 초대를 해 줄 것이고 이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초대받는 것보다는 초대해서 일을 꾸미고 상대를 즐겁게 해주는 것이 더 즐겁더라는 내 경험이다. 미팅을 나갈 때에는, 미팅에서 만나는 사람이 혹시 킹카가 아닐까 하는 기대를 버릴 수는 결코 없겠지만, 그래도 상대도 당신과 같은 사람일 거라고 추측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아직 이성 친구가 없고 그래서 미팅에 나오는 사람. 왜 아직 이성 친구가 없지? 킹키가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킹키가 나온다면 그 사람은 이미 진지한 태도로 미팅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따라다니는 이성친구들이 많을 테니까. 등등. 생각해 보면 현실은 단순하다. 그 속에서 풍부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조금 더 상대를 이해해 주면 된다. 상대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상대도 내가 썩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예의상으로라도 서로 기분나쁘게 해서는 안되고, 가능하면 아직 어린 나이에 친구처럼 편하게 이야기하고, 다음에 또 친구가 되어서 만날 수 있도록 이해해 주고, 언제 서로가 어떻게 도움이 될지 모르니까 연락처도 확인하고, 우리 학교 축제 때에 시간이 괜찮다면 제가 초대를 하죠... 이렇게 일을 이어보고... 돌아오면 그렇게 즐겁거나 흐뭇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세상이 허무하지 않을 것이다. 대학생활이 실망으로 가득 차 있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공부를 열심히 하자. 여러분이 원하는 공부를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