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철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어렵게 맞아들였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사실상 철학의 성경으로 불리울 만큼 이성의 작용을 총 망라하였지만, 그 범위의 광대함 때문에 (사실 칸트는 자신의 학문을 선험철학이라는 작은 부분으로 한계지었지만......) 이해할 수 있기란 쉽지 않다.
(필자가 순수이성비판을 처음 접한 때가 꼭 3년 전인 듯 하다. 하지만 아직도 독파하지 못했다.
단 한권의 책이기는 하나 단시간에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라는 것을 읽으면 읽을 수록 느끼게 하는 책이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 위대하다고 불리울만큼의 평가를 받는데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가 있다.
첫 째, 칸트 이전에 있었던 철학의 흐름을 하나로 통일시켜서 철학사에 있어서 중요하게 다루어진 논의를 정리 했다고 하는 점.
둘 째, 독단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이성의 특성을 개념이 아닌 법칙과 형식으로 나타내어 그것을 학문적인 입지로서 나타내었다는 점.
셋 째, 이전에는 시도되지 못한 새로운 방법으로 이성을 탐구했다고 하는 점.
넷 째, 이성의 순수성 (헤겔은 이성의 단순성이라고 언급한 바 있지만.)을 해결하여 이성의 본질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는 점.
이 외에도 더 있을 수 있으나 필자의 의견상으로는 여기 까지가 한계인 듯 하다.
필자가 철학에서 칸트를 중요시 하는 이유는 위와 같은 내용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다.
'학문을 향한 진정한 겸손의 자세' 바로 그것이다.
칸트는 철학사에 있어서 획기적일 만큼의 시도를 했고 또한 표면상으로 실제적으로도 그것은 인정을 받아왔다.
그러나 그 정도의 획기적인 시도 (정말 오만해 보일정도의 시도임에도 불구하고) 에도 불구하고 칸트가 시도했던 철학의 내용은 '이성의 겸손'이다.
어떤 누군가가 무엇을 주장하든, 그것이 타당하든 그렇지 못하든 간에 그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개념이라고 하는 것은 상대성에 의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본질에 있어서의 탐구란 타당성과 비 타당성을 초월하는 하나의 진리이다.
그것이 본질이며, 그것은 논의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에 있어서 본질의 탐구란 그 만큼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 일상생활에도 수많은 형식의 개념들이 속출하고 또한 그 개념들을 정당화 시키려는 노력은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은 자체가 허사라는 것을 시간이 대답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러한 상대적인 논리에 따른 개념들은 시간적 변화에 따른 개념에 영향을 주는 환경의 변화에 의해서 모순으로 퇴화되기 때문이다.
(헤겔은 이러한 운동을 변증법을 통해서 나타내기도 했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칸트 학파'는 아니다.
하지만 철학을 공부하게 되면서 "칸트를 모르고서는 철학을 논하지 마라"라는 말을듣고 그 매력에 도취되었을 뿐이다.
이러한 개인적 취향이 칸트에 대해서 객관성을 잃게 할 수도 있다는 위험성은 알고 있으나 그런 것은 그다지 상관 없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만일 후에 철학을 진심으로 배우고 싶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있다면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권하고 싶다.
독자로 하여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명저이다.
그것이 순수이성비판의 저력이다.
|
|
잿빛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