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저도 철학을 한다고 우긴다. 무엇이 철학인지 이저 저도의 구분도 없이 말이다.
도대체 그들이 말하는 철학은 무엇인가? 또한 그것이 철학인가? 아니면 헛소리인가?
필자는 철학과 헛소리의 구분조차 애매모호한 사람들이 있음을 보고 더 이상의 이러한 견해들이 난무하는 것을 최소한이나마 하고자 이렇게 글을 남긴다.
우선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이 철학이냐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로 어렵다. 왜냐하면 철학이라고 하는 글 자체의 내용상으로 따진다면야 <세계의 현상된 실체와 인간 본질에 관하여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단순하게 정의내리면 끝이지만 흔히 말하는 개똥철학을 하는 부류의 인간들에겐 위와 같은 정의를 받아들일만한 지식적 여유가 없다.
따라서 이와 같은 정의 식의 논리는 넘겨두고 그들이 주장하는 철학이 얼마나 어리석은 논거에 준거하는 가를 증명함에 따라 철학의 본질적 특성을 한 번 깨달아 보자.
여기 토론장에 다음과 같은 글이 남겨 졌다.
계속 연구하면서 깨달은 사실이 있다.
우연은 욕망을 만들고... 욕망은 규칙을 만든다.
그리고 우연은 욕망을 지배하고 욕망은 규칙을 지배한다.
도대체 무엇을 연구하였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여기서 주장하는 명제를 분석해 보기로 하겠다.
여기서 주장하는 명제는 그 어디에서도 주장을 증명할 만한 논거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단순한 <억측>이라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필자가 이것을 억측이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윗글을 남긴자가 이것을 받아들일 수도 없다. 왜냐하면 누가 억측이라고 주장하든 말든지 간에 그 사람에게 있어서는 이것은 참이기 때문이다.
좋다. 그럼 이것을 참이라고 하자. 그렇다면 위의 글을 참으로 했으므로 다음과 같은 내용역시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우연이 욕망을 만드는 가능성은 어디에 준거하는가? 규칙성과 욕망의 역학적 관계는 어떻게 해석되는가?
우연이 욕망을 지배하고 욕망이 규칙을 지배한다면 우연이 욕망의 구속되면서 욕망에 영향을 주는가? 아니면 욕망이 우연에 구속되면서 욕망에 영향을 주는가?
이 명제가 증명된다면 이것은 참이 된다. 또한 이것은 보편적인 사실성을 가짐과 동시에 객관적이 된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이러한 가능성이 엿보이지 않는다. 결국 헛소리이다.
필자가 이 글을 억측이라고 처음에 주장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째, 윗글의 주장을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만일 윗글의 내용이 논리적으로 타당하고 우리의 모든 경험 속에서 유추되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마련되려면, 필자에게도 그러한 내용이 이해되어야 한다. 하지만 필자는 어떠한 형태의 경험을 빌려오더라도 위의 글을 도저히 이해할 수 가 없었다.
하지만 필자의 글을 이렇게 반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당신의 경험의 부족이 낳은 결과이다. 나의 경험이 당신의 경험과 동일하게 유추될 리도 만무하다.
좋다. 그렇다면 그렇다고 하자.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도 이 같은 주장이 맞아떨어질까?
상황
<가>라는 사람이 이집트에 가서 피라미드를 보았다. 그리고 그 경험을 <나>라는 사람에게 이야기 한다. <나>라는 사람은 이집트에 간 경험이 없다. 또한 피라미드를 직접 본 일도 없다.
<가>는 피라미드가 전체 7면을 지닌 삼각뿔 모양의 건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거짓이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피라미드가 전체 5면의 (밑면까지) 형태를 지닌 건물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는 자신이 직접 그것을 눈으로 보고 직접확인하여 경험적인 확실성이 있으므로 <나>의 주장이 틀리다고 한다.
<가>가 옳은가? <나>가 옳은가? 누가 봐도 <가>가 틀렸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오인 했기 때문이다. 오인된 경험을 마치 참인듯하게 주장하는 상황은 현실에서 곧잘 있다.
우리가 어떠한 사실에 관해서 그것이 참인가 거짓인가를 구분하는데 경험을 끌여온다는 것은 무지한 행위이다. 왜냐하면 경험은 그 어디에서도 증명되지 못한다. 단지 경험은 <그것이 있었다.>라는 식의 추측을 행할 뿐이다. 이런 식으로 경험은 어떠한 사실이나 본질 진리에 관한 증명에 관해서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다.
둘 째, 욕망과 우연이라는 단어에서 어디에서도 개념이 연결되는 가능성을 보지 못했다. 욕망이라는 단어 내에서 포함되고 있는 어떠한 개념도 우연이라는 단어에서 내포하고 있는 개념과 일치하지 못한다. 따라서 욕망과 우연이 같은 형식의 명제에서 증명될려면 억지로 끼워맞추는 수 밖에 없다.
마치 이런 식이다. 잿빛추억은 천재다. 천재는 모두를 구타해도 된다. 따라서 잿빛추억은 모두를 구타해도 된다.
왜 이런식의 모순이 검출되는 것일까? 그리고 이런식의 모순을 안고 있으면서도 그들은 왜 이런 헛소리를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일까?
문제는 우리의 이성의 활동에 주된 요인이 있다.
우리의 인식계는 크게 감성과 이성으로 나뉘어져 있다. 또한 그러한 감성계와 이성계의 형식적인 틀은 오성이라는 것에 의해서 서로 연관이 되어져 간다.
만일 사고에서 오성의 역할이 등한시 되고, 감성의 형식을 사고안에 끌어들일 경우 감성은 사고를 확장시키는데 연연한다. 따라서 감성계로 인식된 모든 경험적인 것들의 개념이 사고화되어서 그것이 참인가 거짓인가의 여부를 떠나 감성은 그 개념을 정당화 시키기 위해 다른 개념에서 경험을 유추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의 인식계는 외면적인 것으로 봤을 때 좀더 지식이 확장되거나 혹은 인식이 불어나서 좀더 <똑똑해졌다>라고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감성계의 형식이 마구잡이로 사고관에 들어와 난장판을 만들어 낸 허상에 지나지 않으며 이러한 허상의 모든 주장은 곧 헛소리이다.
우리가 학문을 하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증명하고 이성의 판단을 보다 순수형식적으로 만들려는 노력은 위와 같은 무지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이다.
학문을 하지 않는 일반인들에게는 무지는 죄가 아니다. 그들이 무식하든 똑똑하든 그것은 그들의 세계가 아닌가. 따라서 위와 같은 형식의 헛소리를 해도 상관없다.
그러나 학문의 세계에서는 다르다. 오로지 진정한 본질을 해석하고 그것의 진위 여부를 가려 세계를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을 참된 목적으로 하는 학문의 영역에서는 위와 같은 무지한 행위는 죄가 된다.
제대로 된 학문도 접해 본적도 없는 사람에게 학문적인 자세를 지니라는 것은 무리이다. 따라서 필자도 무지한 그들에게 보다 학문적이고 품격이 있으라는 말은 자제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천박한 조무래기들이 마치 자신들이 하는 말의 내용이 철학의 순수한 학문적인 정신을 빌려온 듯한 말을 하거나 혹은 그러한 학문적인 정신을 희롱하는 행위를 할 때에는 필자는 그들의 무능함과 어리석음을 지적하겠다.
소학에 <호랑이를 제대로 그리지 못하면 개가 된다>라는 구절이 있다. 제대로 된 능력도 갖추지 못한채 함부러 따라하려다가 실수하면 오히려 더 망치게 된다는 내용을 적절히 표현한 말이다.
차라리 자신의 무지를 핑계삼아 가르침을 얻을지언정, 별 되지도 않는 능력을 앞세워 <개>로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부디 무지함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그들이 알기를 바라며 여기서 글을 접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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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