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지난 시대 혹은 다가올 미래에서도 우리의 지식욕은 끝없이 우리를 몰아치며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향하게 할 것임에 틀림없으리라.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의 지식욕이 요구하였던 그 모든 현상들이 다시 한 번 돌이켜 보았을 때 우리에게 그것이 얼마나 불안정하며 또한 잘못되었는 것인가를 파악하게 된다. 실로 그것은 우리의 무지로 부터 시작되었는가? 아니면 우리가 시도한 지식의 탐구가 잘못된 것인가?
고대 철학자 탈레스는 물에서 모든 만물이 창조된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물이 만물의 근본이므로 물의 성질이 결국 만물의 성질과 동일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이와 같은 그의 생각은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쉽게 알 수 있다. 이렇게 단편적인 예를 들고서라도 우리는 쉽게 우리의 지식이 얼마나 우리에게 일어나는 현상을 잘못 파악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시도에 대해서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그것은 단지 인간이란 존재에게 본질적으로 주어진 지식의 확장욕구가 불러낸 착오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필자는 우리의 지식욕구가 불러일으키는 모순과 물자체와 현상인식의 착오에 관하여 몇가지 내용을 다루고자 하는 바이다.
2. 칸트에게 있어서의 물자체의 문제
칸트로 부터 인식구조에 관한 철학이 다시 쓰여졌음은 물론이요. 그를 바탕으로 하여 우리는 새로운 방법으로 물자체라는 것에 대한 지식을 가질 수 있음은 더할 나위 없는 사실이기에 여기에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를 예로 들고자 하는 바이다.
우선 그에게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자연체가 (자연현상)이 곧이 곧대로 우리인간에게 올바른 지식을 전해 주느냐 하는 문제였다.
그는 자연현상의 원리가 우리에게 선천적으로 주어저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그와 더불어 우리역시도 독자적으로 자연체와 상대하지 않는가 하는 점을 의문시하였다.
그래서 그는 인간의 인식 구조를 처음부터 다시 파악할 필요가 있음을 느끼고 선험철학이라는 새로운 철학의 시도를 열게 된다.
1) 칸트가 파악한 물자체
칸트는 인간의 이성이 단지 자연체가 받아들이는 현상을 분석하고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기틀로 삼아 물자체에 대한 본질에 까지 지식욕을 전이시키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우리가 물자체에 대해서 파악하는 것은 물자체가 세계에 표상으로 들어낸 것 뿐이라는 것을 그는 전제시 하였고 그에 따라 지식욕이 물자체의 본질에 까지 전이 된다는 것이 잘못된 것임을 깨달은 것이다.
그의 이러한 전제에 대해서는 몇가지 근거가 있다.
그중 하나로, 우리는 자연체에 관해서 각각의 다른 인식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자연체를 파악하는데에 있어서도 각기 다른 인식 패턴을 가지고 그것을 주장한다.
예를 들어서, 한 사람은 사과가 빨갛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 사람은 사과가 불그스름하다고 주장한다.
사과는 분명히 물자체 임에 틀림없고 그들이 주장하는 색상의 차이는 세계 속에서 표상된 물자체의 특성일 따름에 지나지 않는다.
만일 세계가 곧이 곧대로 우리에게 올바른 지식을 전해주고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일 뿐이라면 우리의 탐구된 지식은 모두 참이어야 한다.
결국 위의 두사람이 주장하는 모두가 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단지 우리는 주장의 참과 거짓 여부를 따지기 전에 왜 그들은 다르게 물자체를 파악할 수 밖에 없었는가 하는 점을 알아야 한다.
만일에 세계가 주는 지식이 전부 참이고 그것이 올바르다면 결국 다른 주장을 하는 두 사람에게 도 모두 상대의 참이 인지되어야 하는 점을 물론이요 어떠한 근거를 따지더라도 서로의 주장은 완벽한 것이 된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생각임에 틀림없다.
결국 칸트는 이렇게 잘못된 인식이 도출됨은 우리가 파악하는 물자체가 본연 그 자체로 우리에게 전해 진다고 '믿어버린' 이성에게 잘못이 있음을 파악하고 이성에게 보다 더 순수한 인식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2) 칸트의 물자체 파악에 있어서의 문제점
칸트가 물자체 파악의 문제점에 있어서 인간의 이성에 대해서 한계를 둠으로서 문제를 해결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이성이 완전하게 해결된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확언할 수 없는 요지가 몇 가지 남아있다.
단연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물자체의 지식이 단지 표상된 하나의 특성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의 물자체를 향한 지식욕은 잘못된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우리가 인식의 확장에 있어서 이러한 자세는 결코 옳은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식체계가 전부 잘못된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인식의 확장은 전혀 불가능한 것이 된다.
여기에 칸트는 '선험철학'이라는 새로운 철학의 길을 열어 그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한다.
우리의 인식구조에는 선험적으로 작용하는 인식매체가 존재한다. 선험적으로 주어진 자체는 그 말대로 '순수'한 것이며 따라서 우리는 그것에 어떠한 조작도 불가능하다. 단지 우리는 그것을 파악하는데 그칠 뿐이다. 이 선험적 매체의 특성을 지식이 확장할 수 있도록 이성에게 부여할 수 있다면 우리의 인식이 확장하는데에 있어서도 전혀 문제가 없게 된다.
라는 것이 칸트의 해석이다.
하지만 칸트의 이러한 해석을 두고 우리는 몇가지 고민을 안게 된다.
우리의 인식을 파악함에 있어서 선험성을 구분하고자 할 때 요구되는 몇가지 근거가 필요하다. 즉 우리가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서 필요한 인식의 '도구'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칸트가 제공한 인식의 '도구'역시도 어떠한 방법으로도 증명된 적이 없었다.
우리는 여기에 커다란 의문을 제시한다.
무엇이 우리에게 올바른 도구로서 제공될 수 있는가?
이것이 칸트철학에 남은 가장 큰 딜레마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3. '절대정신'의 등장
칸트이후 철학은 끝났다고 믿어왔던 시기. 불현듯 헤겔이라는 한 젊은이에게서 철학은 다시 시작되고자 하였다.
헤겔은 칸트가 주장해 왔던 모든 철학적 근거를 받아들임과 동시에 그것을 발전시키기에 이른다.
이것이 바로 '절대정신'의 등장한 개기가 된다.
그는 칸트가 바라보았던 '순수성'에 대해서 먼저 비판을 가한다. 그에게 '순수성'은 단지 인간의 인식이 오류에 빠지지 않게 막아주는 소극적인 방어막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단순히 우리가 인식에 대해서 정의할 때 단지 순수한 의미로서의 그 무엇을 파악함은 우리의 이성을 너무 무시한 견해라고 바라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칸트가 정의한 인식관념과 세계관에 대해서는 대찬사를 금하지 않는다.
칸트는 자연체가 정한 세계의 표상에 인간의 인식이 포괄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인식 속에 자연체의 세계가 표상된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점에 착안하여 우리 인간의 정신이 바로 세계를 이루는 절대 축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정신이라고 하는 것은 몇가지 차등에 의하여 나누어져 있고 그러한 단계를 거쳐 인간의 정신은 점점 더 발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1) 헤겔이 생각한 물자체
헤겔은 물자체라는 것 자체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칸트가 주장한 바에 근거하면 물자체는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는다고 하였고, 이를 믿어 의심치 않았던 헤겔은 물자체를 다루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여 오로지 '정신' 그 자체에만 모든 것을 집중하였다.
그에게 있어 물자체는 단지 우리의 정신이 파악한 세계의 표상에 지나지 않는다. 표상된 그것들은 분석되고 종합되어 우리에게 '그것'이라고 정의 될 뿐이라고 생각한 헤겔은 물자체를 정신이 발전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도구' 정도로 이해한 것이다.
2) 힘 그리고 변증론
헤겔은 우리가 파악하는 세계의 표상 속 즉 정신의 구조 속에서는 '힘'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오성을 사용하여 세계의 표상을 계속 분석해 나갈 경우에 우리는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인데, 그 아무 것도 없는 세계 속에는 '힘'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를 다시 들어보자 위에서 사과를 파악한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에게는 불그스름하기 보다는 빨갛다는 오성의 요구가 좀더 강하게 힘을 발휘했고, 다른 한 사람은 빨갛다기 보다는 불그스름하다는 오성의 요구가 좀더 강하게 힘을 발휘했다고 하는 것이다.
(이 예는 필자가 헤겔의 힘의 원리를 좀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쓴것에 지나지 않는다. 헤겔의 힘의 원리는 헤겔의 '정신현상학'에서도 매우 어렵게 설명되어 있고 게다가 그 용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즉 우리가 대상에 관해서 무언가를 파악함에 있어서 이러한 '힘'의 줄다리기가 연속하고 있고 이러한 줄다리기의 진행이 어떠한 패턴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이해했다.
그것이 바로 변증론.
헤겔에게 있어서 변증론 그 자체는 정신을 발전시키는 절대적인 과정으로 이해된다. 결국 그는 이러한 변증적인 이성의 이해과정이 없으면 정신은 절대로 발전하지 않는다고 하는 점이다.
그의 변증론적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이 글에서는 하지 않기로 한다.
그는 우리의 정신이 대상에 관해서 작용할 때 '定, 反, 合'이라는 과정을 거친다고 생각했고 변증론 역시 이러한 원리에 의해서 이루어 진다.
(하지만 실제로 그의 책에서는 이렇게 쉽게 변증론이 다루어진 적이 없었다. 단지 정 반 합 이론은 변증론을 이해하기 위한 단순한 구분에 지나지 않는다.)
4. 결론
우리가 자연과학의 힘을 빌어 우리의 지식은 우주의 밑바닥까지 관찰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아왔고 또한 그 모든 지식이 우리의 모든 문제점을 해결해 주리라 오랫동안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우리의 문제점이 사라질 조짐은 나타나지 않았고 세계를 향한 우리의 지식욕만이 공허하게 우주를 떠돌고 있을 뿐이었다.
우리는 다시 우리가 허무하게 흘려버린 정신을 다시 원점으로 돌려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해낼 수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해내야 하는가? 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필요하다.
세계는 끝없이 우리를 자극하고 우리는 그 자극에 이끌려 우리의 정신을 거기에 희생시킨다. 그리고 순진하게 그 희생의 보답만을 바라고 있어왔던 인간에게는 참혹한 현실만을 세계는 가르친다.
이 끝없는 딜레마 속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하며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인가?
그 어떠한 것도 확언된 적은 없지만,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이 현실에 관해서 우리 스스로가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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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