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비극의 탄생
[비극의 탄생]은 니체에게 있어서 많은 의미를 지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비극의 탄생]만큼 그가 학문적 자세로서 글을 남긴 것을 찾아 보기 어렵고, 그의 사상적인 고뇌의 최초의 문제가 이 비극의 탄생에 담겨져 있는 것이 그 때문이다.
비극의 탄생의 원제는 [음악의 정신으로부터의 비극의 탄생]이다. 그리고 서문에다가는 [깊이 존경하는 친구 리하르트 바그너에게 바치는 글] 이라고 적어 놓았다. 이 때까지만 해도 둘의 사이는 매우 좋았다고 할 수 있다.
비극의 탄생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비극의 탄생은 그리스 문학이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으로 나뉘어진 근본적인 원리를 지니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전자는 정신적이고 관념적인것으로 고귀한 것이요, 후자는 육체적이고 육감적인 것으로 퇴폐한 것이다. 원래 그리스 인들은 아폴론을 그들의 위대한 이상향으로 삼고 아폴론적인 삶의 환조를 꿈꾸었는데, 이는 디오니소스적인 것들을 부정하는 처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디오니소스적인 것은 아폴론적인 것과 마찬가지로 그리스 문학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서 무시할 수 없는 내면적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폴론적인 것을 위해서 디오니소스적인 것을 희생시킴으로서 문학적인 우수성을 유지해왔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희생 속에서 문학은 필연적인 비극적인 성격을 띄게 되고, 문화의 표면적 장막 속에서는 이들 둘의 투쟁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니체는 이 디오니소스적인 것에 대해서 매우 심취해 있었다. 이 디오니소스적인 것이야 말로 그리스인들이 영위했던 삶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이고 아폴론적인 것은 그들이 추구하기는 했으나 너무나도 숭고한 희생만을 강요하는 이 신에 대해서 그리스 인들은 필연적인 비극적 현실에 당면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고대 그리스 문화가 로마로 이어지고 그것이 다시 유럽의 북동쪽 즉 프로이센으로 옮겨왔다고 생각하고 이 프로이센에서도 마찬가지로 이 비극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폴론적인 것은 헤겔을 지칭했고, 디오니소스적인 것은 쇼펜하우어와 바그너를 지칭했다.
비극의 탄생은 니체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읽지 않으면 안되는 저서일 것이다. 왜냐하면 무엇보다도 우리는 이 저서를 통해서 그의 학문적 깊이를 이해할 수 있고, (유일하게 학문적인 문체로 쓰여졌으니깐 말이다.) 그가 건강한 정신 속에서 출판한 유일한 저서이기에 말이다. (물론 그가 병적이기 까지한 변덕을 부리기 이전의 상태를 말한다.)
비극의 탄생이 출판된 이후 니체는 외부적인 분열에 시달려야 했다. 바그너와 몇몇 교우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다 비극의 탄생을 비난했다. 심지어는 니체의 은사인 리츨교수 마저도 ‘술에 취한 채 써버린 글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비난을 금치않았다.
비극의 탄생이 출판된지 1년이 지난 후 1873년, [반시대적 고찰]이 출판되었다. 이 책에서 부터 그는 독일을 비난하기 시작한다. 그는 독일인들이 보불전쟁을 통해서 승리한 경제적인 이득과 국가적인 이득에 대해서 비난하고 그것이 문화적인 승리로 까지 자축하는 독일인들이 어리석다라고 말했다. 그는 문명적인 것에 있어서 투쟁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더 우월한 문명이나 문화가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역설(力設)했다. 독일인들이 승리하게 된 원인은 그들의 문화적인 우수성 때문이 아니라 단지 훌륭한 군인들과 장교들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일 뿐이라고 했다.
반시대적 고찰이 출판되고 나서 니체는 사람들의 이목을 서서히 끌기 시작했다. 특히 독일인들의 오만에 몸서리를 치던 지식인들에게 있어서 니체는 하나의 탈출구로 작용했다. 그리고 니체는 편두통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그의 건강이 악화되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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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