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역사를 지배해온 동양철학은 우리의 정신 근저에 속하면서 우리 동양인들의 정신생활을 지배해 왔다. 서양의 관념론이 이성의 지배를 요구하며 인간의 자주 독립적 인간상을 노래할 때도 동양적 사고방식은 오히려 그것을 인간의 내면의 실현으로 이루어 낼 수 있다는 믿음 하나만으로 지금까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러함은 결국 유교 사상의 폐단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도 가져오게 되는 현실적인 딜레마도 안고 있지만, 오로지 이성의 발전과 관념의 연구에만 치중해온 서양철학이 실존철학으로 변환하여 인간의 완성이라는 대업을 이룩하고저 노력하였으나 앞서 말한바와 같이 관념의 논리에만 치중해 온 그들로서는 대단히 부족한 점이 발견될 수밖에 없는 나머지 동양철학에서 그들의 모순점을 보완한다는 것은 동양철학의 우수성이 그들에게도 입증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사실 동양사회에서 유교적 사상 관이 폐단으로 자리잡게 되었다는 것은 순전히 서양학자들의 편협한 사고관념에서 나온 것에 지나지 않는다.
월남전 전쟁당시 미국은 서양 유럽이 동양에 관한 사상적 지식이 부족하여 그들의 사회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비교사회학을 발전시켜 동양을 그들의 사고관념에 맞게 이해하고자 하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와 일본 등지의 고속화된 경제발전을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곧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자신들이 이룩해 온 경제성장력을 급속하게 잃어버렸고, 그와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도 ＩＭＦ와 같은 경제위기에 까지 이르게 된다. 동양의 경제사정이 이렇게 급속도로 퇴락을 맞이하게 되자 그들은 유교사상의 영향의 폐단이라고 다시 번복하여 그들 자신들의 주장을 뒤엎게 만들게 되었던 것이다.
사실 경제적인 사고관념으로 생각해 볼 때, 동양철학관<東洋哲学観>에서 서양유럽의 자유경제시장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왜냐하면 자유경제시장이란 독자적인 개인이나 조직이 시장권내에서 오로지 능력과 실력만으로 인정받는 메커니즘을 말한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적인 사상관에서는 덕<徳>과 인의<仁義>의 실현으로 인간의 본질적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에 그들의 자유경제사상관은 전혀 반대의 성질의 것이 되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들의 좁은 자유경제시장주의로 수천 년의 전통을 이어온 우리의 사상을 이해하려 한 것이 잘못 되었다고 해야 정답일 것이다.
현재 동양의 사회권에서 종종 일어나고 있는 폐단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동양사상의 영향으로 일어난 폐단이다 라고 억견＜臆見＞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일반적인 견해는 전통주의의 세습, 권위주의, 혈연 중시로 인한 시민사회의 미달<未達> 등이다.
어느 정도 이치에 맞는 말이지만 필자가 미리 언급했듯이 이것은 억견에 지나지 않는다. 전통주의의 세습, 권위주의 등은 서양유럽에도 나타나는 폐단이다. 단지 서양유럽은 시민혁명과 국가 간의 전쟁이라는 시대적인 흐름 속에서 그것을 극복해 내었을 뿐이다. 동양사회에 이러한 폐단이 아직 남아있는 것은 시대적인 흐름이 아직 이르지 못했을 뿐이지 이것을 동양사상의 본질적인 문제라고 언급하는 것은 문제의 원인을 어디 한가지에만 집중시켜서 생각하고자 하는 어리석은 자들의 억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시민사회의 실현이 이상적인 사회를 이룩한다고 하는 것도 어디까지나 망상이다. 시민사회가 이룩된 서양유럽은 동양에 비해 수십 배의 범죄율을 기록하고 있고, 또한 오로지 이러한 문제를 법으로만 다스리려는 그들의 독선적인 추태는 각기 사람들에게 총과 무기를 소지하여 스스로를 지키도록 만들고는 사람들끼리의 믿음과 신뢰를 오로지 힘과 힘의 대립으로 장식하고야 말았다. 이러한 그들에게서의 예의<礼義>란 내면에 숨겨진 대인의 공포심으로부터 조장되어온 소심한 자기방어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그들의 문화에서 도덕적인 인간의 완성과 내면의 실현을 꿈꾸는 것은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에 반해서 동양철학은 그 세월을 더해가면서 빛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그 빛은 닦고 닦여져 관념론에 빠져서 독선에 빠진 서양의 세력들에게 한줄기의 가르침을 선사하기까지 했다.
동양철학을 멸시해온 독일철학자 헤겔은 동양철학의 왕도주의가 사상의 변화와 그로 인한 발전을 막는다고 보고 근본적으로 동양철학은 사상자체가 발전할 수 없다고 못박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역시도 동양철학을 제대로 알지 못한 무지에 비롯함을 다음과 같은 부분으로부터 알 수 있다.
첫 째, 그가 주장하였던 변증론의 최고 목적은 인간의 사상이 변화 발전하면서 전개 되어가는 도중에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신의 의지에 부합된다고 하는 것을 최고 목적으로 전제하고 있다. 결국 이것을 다시 말하면 그가 요구하는 변증론 역시도 어느 순간에는 그것이 신의 의지로서 완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동양철학은 오로지 인간의 완성이 그 사상의 완성임을 목적으로 인식하고 그 발전은 인간의 개인적인 경험이 조화와 균형을 이룸으로서 실현된다고 보는 것이었다.
헤겔은 단순히 발전을 경험의 투쟁과 종합의 형식으로 이해한 반면, 동양철학에서는 경험의 발전을 조화와 안정된 균형성에 있다고 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절대정신을 주창하고 나선 그 헤겔은 완성되어야할 이성의 보편적 목적을 신에 둠으로서 인간의 이성의 본질적인 완성을 애매 모호하게 정리하였으나 그에 반하여 동양철학은 근본적으로 신은 다른 세계관에 두고 인간 중심의 사상을 정리하였다.
둘 째, 헤겔은 세계적인 역사관에서 동양이 제외되었다고 설명하면서, 동양철학은 소극적으로 자신들만의 세계를 편협하게 유지하는 세력을 조장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세계사적인 측면에서 볼 때, 동양이 그 중심에 끼지 못한 것은 그들의 세계사가 <유럽사>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세계사적인 사건은 오로지 유럽과 유럽 근저에서 일어난 사건을 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동양이 그 중심에서 빠진 이유는 동양과 서양의 교통이 발전되지 못해 서로간의 왕래가 없었던 것이 그 주된 이유로, 그들이 감히 동양을 자신들의 세력권 안으로 넣으려고 해도 동양권은 이미 독자적이고 안전화된 세계를 유지하고 있는 터였다.
따라서 그들이 이해하고 있는 세계사적인 의미는 그들이 경험한 것만을 추려내어 정리한 편협한 소책자적<小冊子的> 인 의미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절대이성의 독단에 빠진 헤겔은 자신의 제자에게마저도 질투심을 느끼고는 교수직을 사퇴하는 행위를 저지르는 한편, 도덕적인 인간의 모습을 실현시켜야할 근본적인 의무감도 가지지 못한 나머지 자신의 사생아를 평생동안 범죄와 방탕한 생활의 몰아넣고 생을 마감시키게 하였다.
또한 헤겔 사후 헤겔학이 원래 관념론이었다는 이유로 사변론에 의하여 분쇄되어 전통 헤겔학파와 진보주의 헤겔학파로 나뉘어 생전 그가 논했던 동양철학의 비판은 이들에게 와서는 완전히 무시되고마는 결론을 낳는다.
또한 서양의 실존철학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의 본질에 대한 연구를 통한 인간의 완성을 주창하였지만 전통철학자들에게 언제나 학문성을 갖지 못한 졸론에 지나지 않는 다는 비판을 피하기가 어려웠다.
실존철학의 대표주자였던 니체 역시도 이러한 <졸론>의 성격을 버리지 못했는데, 왜냐하면 그들이 주장하는 실존철학 자체가 개연성과 논리적 전개성을 가지지 못한 탓이라 볼 수 있다. 어찌되었든 이러한 그들의 모순성을 일괄타개하기 위해서 최근의 시점에 와서 동양철학으로 눈을 돌려 그들이 감히 시도조차 못했던 논리적 전개성과 개연성 등을 동양철학의 유구한 전통과 능력을 빌려온다는 것은 외적으로 내적으로 동양철학의 우수성을 암시하고 있음이 틀림없으리라.
요즘에 들어서 철학이니 뭐니 하면서 관념론과 여타의 철학적 지식을 조금 익힌 사람들이 졸속한 지식으로 동양철학을 싸잡아 비판하는 추세를 봤을 때, 이미 예전에 시행되었던 오행<悪行>을 다시 되풀이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필자는 생각해 본다. 이러한 무지에서 비롯된 행동을 어떻게 보면 인자하게 용서해 줄 수도 있으나 감히 학문에 뜻을 둔 나머지 위와 같은 무지를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는 강한 의무감도 필자에게는 존재한다.
동양철학이 본질적으로 잘못되었다면 이러한 필자의 논리성도 전부 오인된 것이리라. 그러나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처음부터 그 본질에 대해서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한 채 함부로 그 본질의 진위여부를 들춰내려 했던 어리석은 자들의 행태가 잘못된 것이리라.
일찍이 플라톤도 윤리와 덕을 철학연구의 최고의 연구가치로 삼아 그 실현을 꿈꾸어 온 적이 있었다. 하물며 수 천년을 그 자리에서 인간의 본질적인 완성과 도덕적 인간의 실현을 목적 삼아온 동양철학에 있어서 졸지<卒智>한 조무래기들이 이야기하는 비판을 들어야할 필요가 있을까?
아마도, 지적이면서 동시에 도덕적인 인간을 찾아볼 수 없는 요즘의 시대적 상황으로 인하여 많은 부분 의심과 의혹의 눈총만 키워온 지식인을 가장한 조무래기들이 발악이라도 하고자 그 같은 행위를 하고 있음에 짐작이 간다.
부디 그와 같은 행위를 범하고 있는 그들이 자신들의 무지를 깨닫고 배움의 본질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보다 진지하게 고민하였으면 하는 바램이 있어 이 글을 남기며 이만 여기서 글을 줄이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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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