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야심 찬 의도로 시작했던 “한비장자 논어”가 본인의 지력의 부족 탓으로
매끄럽게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잘 아시는 분들은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저의 이 방면에 대한 실력이 사실 변변치 못합니다.
부족하나마 최선을 다해 연재를 이어가고자 하오니 너그럽게 봐주시길 바라면서
앞으로는 순서에 상관없이 그때 그때 생각나는 것을 논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려면 우선 재미나는 장면부터 해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논어에서 재미나는 장면은 역시 자로와 공자간의 정치의 요체를 논한 논쟁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자의 정치관에 대한 진실이 담겨 있다고
단골메뉴처럼 인용하는 데 사실 거기에는 의문이 많습니다. 자로편의 세 번째 구절을 볼작시면---
(원문)
子路曰衛君待子而爲政子將奚先
子曰必也正名乎
子路曰有是哉子之迂也奚其正
子曰野哉由也君子於其所不知蓋闕如也
名不正則言不順 言不順則事不成
事不成則禮樂不興 禮樂不興則刑罰不中
刑罰不中則民無所措手足
故君子名之必可言也言之必可行也
君子於其言無所苟已矣
(주)
자로가 공자님을 뵙고 말씀드렸다. “위나라 임금께서 선생님을 모시어 정치를 맡기려는데
선생님께서는 장차 무엇을 먼저 하실랩니까?
공자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당연히 이름을 바로 잡겠노라.”
자로가 말했다. “이래서 선생님이 우원하다고 하는군요. 대체 그걸 바로 잡아 무엇 합니까.”
공자님께서 말했다.
야한 놈이로구나. 너 유(由: 자로의 이름) 이놈아. 군자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일에는 대개
참견하지 않는 법이란 걸 모르느뇨.
명이 바로 되지 않는다면 말을 해도 순하지 않고 이러니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예악도 흥하지 못하고 예악이 흥하지 못하니 형벌이 무겁지 못하다.
형벌이 무겁게 여겨지지 않으니 백성이 손발 둘 데가 없게 된다.
그러므로 군자는 이를 이르면 반드시 말하게 되고 말하면 반드시 행할 수 있는 것이다.
군자는 말에 구차하지 않는 것이니라.
재미있는 것은 여기서 주장하는 그의 주장이 얼마나 타당한 주장인지에 관한
의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점을 정치의 요체로서 이용하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
과는 동떨어진 매우 위험한 주장이 아닌가 하는 것이 한비장자의 생각이다.
우선 위나라의 정사에 참여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이미 전후 상황을 보건대
이미 공자가 거절했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점은 논어의 다른 구절과 비교해도
충분히 입증된다. 그러므로 자로는 처음부터 공자에게 정치의 요점이나
먼저 해야 할 것을 물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이 위출공 밑에서 벼슬을 하는데
왜 선생님이 도와 주지 않는냐는 심정에서 면박을 주려고 물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공자의 위의 주장은 일종의 핑계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
공자자신의 본의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다.
특히 예악이 흥하지 않는 것과 정치를 연결시킨 것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아도
구차한 변명정도 밖에 안된다는 것이 너무도 자명한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은 공자의 부드러운 거절이자 일종의 변명이라고 보는 쪽이
옳다.
일설에는 당시 위출공이 망명한 아버지 괴외의 군주 자리를 놓고 다투며 그
입국을 저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명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하지만
이는 전체적 맥락을 못 집는 가소로운 주해라 할 수 있다.
이장에 나온 명분론 만으로는 구체적인 것이 전혀 없다고 할 것이 맞다.
또 한가지 의문인 것은 과연 공자 자신은 왜 그렇게도 바라던 정치를
포기했느냐는 문제이다.
단순히 위의 군주의 폐륜적 행동 때문이라고 하지만 설득력이 없는 것 같다.
그 후 위출공이 곧 축출 될 운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공자가 재상으로
나갔다면 아마도 목숨을 잃었거나 망신만 당했을 본전도 못 뽑을 장사였기
때문에 안나갔을 가능성이 크다. 또는 노나라같은 모국도 아닌 작은 위나라의
정사를 보기에 공자의 체면이 서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나 개인적인 생각에는 역시 공자가 시대의 변화를 예감하고 이미 벼슬할 뜻을
꺾은 것이 아닐까한다.
흔히들 공자의 글을 읽으면 이 사람이 하도 천하태평한 말을 해서
이 사람이 춘추시대 사상가라고 생각되기 쉽지만 그는 춘추에서
전국으로 바뀌는 변혁의 시대를 살고 있었던 것으로
그야 말로 주나라의 질서가 땅에 떨어지고 바야흐로 전국칠웅이
도래할 그러한 시기에 시대착오적인 얘기들을 하였던 것이다.
공자가 젊어서는 이러한 시대를 파악하지 못하고 주공의 업을 이어
주나라의 왕실의 권위와 체제를 부흥시키고자 하는 뜻을 이루고자 제법
뜻을 펼칠 수 있는 큰 나라에서 집권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세가 자신의 뜻에서 많이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고 그리고 나이가 연륜이 쌓이면서 이런 점을 충분히
자각하고 정치를 포기했다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이러한 만남이 공자와 자로의 생전의 마지막 만남이 아닐까 한다.
당시 정사를 맡았던 위의 공회의 가신노릇을 했던 자로는 공회의 어머니와
어머니의 형제인 괴외의 음모로 구금되게 된다. 위출공이 쫒겨나 망명하고
다시 그 아버지 괴외가 위장공이 되려는 순간에
자로는 공회의 신변을 염려하여 동문이던 대부 고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성으로 달려간다. 공회를 내놓으라고 대에다 불을 놓는 순간 괴외가 노하여
좌우에 일러 죽이라고 한다. 그들은 창으로 자로를 마구 찔렀다.
자로의 관 끈이 끊어진 순간, 자로는
“ 군자는 죽을지라도 관을 벗지 않는 것이 예의다!”
라고 하고 관 끈을 매고 나서 쓰러져 죽었다.
난의 소식을 접하여 공자는 “고시는 대의를 알기 때문에 틀림없이 안전한 길을
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로는 평소부터 용기를 좋아하고 목숨을 귀히 하지 않으니
죽엇을 것인데...”
하던 차 위장공의 사자가 와서 맛있는 음식을 전한다.
뚜껑을 열어 보더니 공자는
“이것은 나의 제자 자로의 살이로다!”
라 하고 장사지냈다. 공자도 그 후로 병을 앓다가 1년 후 결국 세상을 마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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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장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