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니체 사후 (死後)
이 세계의 많은 천재들이 그러했듯이 니체 역시 그가 죽은 후에 더 많은 영광을 누렸다. 니체연구가들은 니체의 죽음과 동시에 시작된 20세기를 니체의 세기 혹은 니힐리즘적인 세기라고 불렀다. 그는 자신이 예견한대로 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글을 통해서 영적인 통감(痛感)을 느꼈다. 그리고 세계2차대전 그것은 니체가 바로 본 그것이였다.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억압되었던 욕망들이 한 꺼번에 분출되었던 인류적인 대사건, 그것은 디오니소스의 복수 그 자체였다.
니체가 끼친 문화적 사상적 역사적인 파장은 매우 컸다. 지금 그것들을 전부 나열하기란 필자의 역량으로서 매우 벅차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필요한 분량 만큼을 소개하기로 하겠다.
9 - 1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
먼저 역사적인 흐름부터 보기로 하자. 니체가 역사 속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은 다름 아닌 ‘아돌프 히틀러’(1889-1945)였다. 히틀러는 현재 약간의 세계사적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나치스 독일의 지도자였으며 세계2차대전을 일으킨 장본인이였다. 우리는 그를 통해서 니체사후에 대한 지식을 좀더 명확하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니체처럼 자신이 예술가적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히틀러는 화가로 일하기도 했다. 물론 잡동사니 그림을 그려서 파는 3류화가에 지나지 않았으나 그는 자신이 천재라고 생각하였다. 그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일찍이 중학교 시절부터 게르만 민족주의에 관한 서적을 많이 읽었는데, 당시 니체의 저서도 함께 읽지 않았나 한다.
1914년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당시 전령병으로 참전한 히틀러는 육군 정치부에 까지 소속되면서 승급되게 된다. 그러나 전쟁은 독일의 패배로 끝났다. 파리 회의에서 독일은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해야하는 실정에 놓이게 되었다. 황제였던 빌헬름2세는 물러나게 되었고, 독일은 급속도로 약화되어 가기 시작하였다. 히틀러는 이러한 독일의 몰락을 구원하기 위해서 자신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게르만 민족을 구원할 수 있는 영웅은 자신 밖에 없으리라 확신했다. 자기 자신이 바로 그 ‘초인’이였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나약한 문제점들을 극복한 이상향적 인간이 바로 히틀러 자기 자신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그리고 그는 ‘나의 투쟁’이라는 기고에서 자기자신의 고독한 투쟁을 써내려갔다. 마치 짜라투스트라와 같이.
그는 니체의 사상에서 많은 것을 얻어왔다. 니체가 죽고 난 후 니체의 서적들은 나치화 되었다. 지금은 많은 부분이 교정되었으나 이 때문에 니체가 나치즘을 발생시켰다는 오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니체와 나치가 비슷한 발음이라는 것을 이용하여 니체가 나치즘의 화신적 역할을 수행했다는 웃지못할 해프닝까지 생겨나고 말았다. 그러나 니체는 나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인물이였다. 그는 민족주의를 경멸했다. 그것은 어리석은 민중이 양식없는 선동가에 의해서 이루어낸 결과물이라 생각했다. 그는 민중이 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서 경멸을 서슴치 않았다. ‘민중은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나 그들은 혼동하고 있을 뿐이다.’ 니체는 그렇게 생각한 인물이였다.
히틀러도 이점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사상에 맞게 니체를 교정해 나갔다. 게르만 민족이야 말로 초인에 가장 가까운 인류적 기질을 타고 났으며, 그 증거로 니체와 같은 뛰어난 사상가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 독일 사회가 제1차 세계대전의 패배와 마찬가지로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순수독일인이 아닌 다른 열등한 민족들이 같이 섞여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니체가 말한대로 했다. 우월한 이는 열등한 이들을 수단으로서 마음대로 이용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철저하게 그 사상대로 행위했다. 그 대상이 된 것은 유대민족이였다. 그는 니체와 마찬가지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니체를 오해하는 사람이 있는데, 니체는 누구보다도 기독교적이였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최상의 인격을 지닌 인물이라며 찬사를 금하지 않았다. 단지 그가 비판한 것은 도덕적 양식에 얽매여 제대로 된 인격을 창조하지 못하는 기독교적 방법론에 있었다.) 가장 우월한 인간이였던 예수 그리스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핍박했던 유대민족은 누구 보다도 열등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증거로 그들은 어떠한 나라도 가지고 있지 못했다는 것을 들었다. 이러한 열등한 민족이 게르만인들과 공존한다는 것을 히틀러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그는 1900년 전에 유대인들이 지은 죄값을 심판하기로 결정한다. 1938년 제2차 세계대전, 그것은 인간의 억압된 희생 속에서 자라난 경멸감과 복수심의 응어리의 표현이였다. 모두들 광기에 젖어들었다. 인간의 생명은 더 이상 존중받을 대상 그 자체가 아니었다. 보다 우월한 자를 위해서 제물이 되어야 했다. 그리고 히틀러는 게르만 인들 가운데서 ‘초인’이 등장하리라 확신했다.
히틀러가 니체를 존경했다는 증거는 많은 곳에서 발견된다. 특히 그는 측근과 자신의 부하들에게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자주 선물했었다. (당시에 선물한 짜라투스트라는 히틀러에 의해 많은 부분 훼손된 것이었다고 한다.) 히틀러는 이렇게 죽은 니체를 다시 부활시킨 장본인이였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한 때 나의 투쟁과 함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비롯 니체의 많은 저서들이 금서로 지정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니체가 나치주의의 시발점이라는 것이다.
9-2카를 마르크스 (Karl Heinrich Marx)
카를 마르크스(1818-1883)는 니체에게 영향을 받은 인물이 아니였다. 아니 정반대였다. 그는 니체의 적이였다. 자본주의자로부터 심하게 수탈받는 노동자들을 사상적으로 계몽하여 그들의 주권을 지켜주려 했던 마르크스는 니체와 완전히 반대되는 인물이였다. 하지만 우리는 이 사람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후에 나열 될 ‘포스트 모더니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마르크스와 니체의 대립을 이해해야 한다.
니체는 열등한 자들을 우월한 자들이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에 기꺼이 찬성했다. 그는 열등한 자들에게서 훌륭한 문화가 창조될 수 없다고 했다. 보다 훌륭한 문화 그리고 인류의 창조 그것을 위해 열등한 자들을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원리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그의 ‘귀족 주의’다.
마르크스는 이에 반대한다. 그는 프롤레타리아 계급 말하자면 열등계급 역시 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이라고 생각했다. 만일 부르주아 계급에 의해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인격적인 권리를 찬탈당한채 수단으로 이용된다면 사회의 한 축이 붕괴되고, 연달아서 사회전체가 붕괴할 것이라 예견했다. 이것이 그의 ‘사회주의’ 이론의 기초가 이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니체는 마르크스를 비난한다. ‘제2부 타란튤라에 대해서’가 바로 그것이다. 니체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겨놓았다.
“그대 ‘평등’을 가르치는 자들 이여! 그대들은 타란튤라이며 복수심을 품은 채 몸을 감추고 있는 자들이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2부 타란튤라에 대해서 에서 발췌)
니체는 마르크스에 대해서 비난을 감추지 않았지만, 마르크스는 이를 무시했다. 그에게 있어서 니체는 광기에 가득차 사회에서 배척당한 일개 철학자에 지나지 않았던 것 처럼 보인다.
후에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가 마르크스와 니체를 같은 시험대에 올려 놓고 그들의 사회적 성향을 날카로운 시각으로 비교 분석함으로서 결국 이들의 대립은 일단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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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