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인간의 이상이 자신을 유지시켜온 세계를 뛰어넘어 한층 더 높이 날아가려는 욕망은 끊임없이 우리 인간을 충동질 시키고, 그 충동에 쉽게 속아넘어가버린 가련한 이성은 그 힘찬날개짓으로 세계의 전체를 유희하려다가 오히려 자신의 붕괴를 경험하게 된다. 역사적으로 이것은 끝없이 전개되어온 우리 인간 본연의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얼마전에 가련하게도 이러한 딜레마에 스스로 속아넘어가 진리존재를 입증하려는 한 사람을 여기 토론실을 통해 알게 되었고, 또한 그러한 이성적 오판의 문제가 단순히 그 사람 개인만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는 판단하에 이 글을 남긴다.
이글은 최대한 객관적 진실에 가깝게 쓰여지기 위해서 헤겔의 정신현상학에 등장하는 변증법을 약간 인용했음을 밝히는 바이다.
2. 진리에 관하여
먼저 진리 존재가 무엇인지 일반자적인 파악이 필요할 것 같다. 진리란 것은 유한자적 자아가 자신에게 표상되는 무한한 대상일반 즉 대자에게서 지식을 얻게 되어 더 나아가 그 자아가 무한자적 대자에게 통일된 원리, 불변의 법칙, 개별자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한 개인이 자신에게 주어진 세계에 대해서 통일된 원리를 부여하는 것을 진리라고 한다.
하지만 어떠한 방법으로든 이 진리는 증명이 불가능하다. 오히려 진리를 증명하려던 자아가 자신의 한계에 부딪히고 자멸을 구할 뿐이다. 이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서술하도록 한다.
3. 진리에 도전하는 이성과 그 자멸에 관하여
1) 대상일반에 관하여
먼저 우리에게 끊임없는 지식과 경험을 제공하는 대상일반은 무엇인지에 관하여 알아보도록 한다. 대상일반은 우리에게 표상된 사물일반을 뜻한다. 대상은 우리에게 우리의 의식을 통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표상될 수 없으며, 따라서 대상일반은 우리의 의식에 내부하는 것으로 밖에 알 수 없다.
2) 대상일반과 즉자에 관하여
대상일반은 파악하는 존재는 즉자이다. 따라서 대상일반은 즉자의 존재와 함께 대타가 된다. 대타가 되는 의식은 우리에게 단지 표상되는 감관의 일체이고, 그것의 표상성이다.
하지만 즉자는 자신의 즉자적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 그것의 증명 조건을 요구하고 증명조건이 되는 대상일반은 따라서 즉자에게 인해 대타화 된다. 이 때의 대타화는 아무런 개별적 의식도 같지 못한 단지 즉자에게 있어서의 대상일반일 뿐이다.
3) 대상일반의 개별화
우리의 지(知)는 단지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는 살 수 없게 한다. 나는 나다. 라는 명제는 따라서 그 명제 자체는 옳지만 지에게 아무런 것도 주지 못한다. 따라서 위의 명제는 이제는 아무 쓸모가 없다. 즉 위의 즉자에 의한 대타를 부정한다.
이제 대상일반이 우리에게 표상된 일체에 관해서 지(知)는 그것을 분석한다. 이것은 우리의 오성의 자발적의식에 관한 것이요 따라서 이는 대상을 개별화 시키면서 분석하는 동시에 우리의 자아적 지(知)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의 지는 '대상일반의 개별화에 관해서만 단지 알고 있을 뿐이다.'
4) 대자적 자아의 형성
우리의 지가 형성되었을 때, 우리의 의식은 이 개별화된 지(知)를 다시 한번 더 부정한다. 이 때의 부정으로 우리는 대자를 형성한다. 이를 통해서 대상일반은 우리에게 더 이상 개별화에 만족하도록 하지 않고 대상일반을 통일화 시키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 대상일반의 통일에 따라 우리의 자아 역시도 '단지 알고 있을 뿐'의 자아가 아닌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자아를 형성하는 이중적 자아의 형성을 맞이하게 된다.
5) 자아의 투쟁
자아는 이 대자적 자아를 통해 자신을 인식한다. 대자적 자아는 '모든 외부의 일체로 부터'자신을 독립시키고 부정시키는 자아이다. 그와 대변되는 자아는 단지 사물의 일체와 관련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을 뿐이다. 이 둘의 싸움은 처음에는 대자적 자아의 승리로 막을 내린다.
대자적 자아(주인)는 '절대적 자신의 존립을 주장하는 자아' 로서 존재의 권력을 지니고, 그에 대응되는 자아(노예)는 '사물의 개념에 의지하고 있는 자아' 이기 때문에 자아 존재의 권력을 빌려온다.
따라서 대자적 자아는 자신의 절대성을 입증시킨다.
이를 통해서 사물과 자아의 구분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주인은 자신의 권력 욕구를 외부 사물에게 까지 확장시키려고 하지만 외부 사물 역시도 일종의 '개별적 자아'이기 때문에 그것은 불가능하게 된다. 주인는 단지 노예를 통해서 인지되어진 사물을 유희함으로써 만족을 얻는다. 그 만족을 영위하기 위해서 노예는 주인에게 '사물을 주인의 뜻에 맞게 변형시켜서' 주게된다.
그러나 사물을 통해서 자신의 권력을 유희하던 주인은 사물이 자신에게 확장됨에 따라 자신의 권력도 확장시키게 된다. 확장된 권력은 차츰차츰 노예에게로 이행되고 노예는 마침내 '사물의 변형'을 주인을 위한 노동이 아닌 자신을 위한 노동(정신적 운동)으로 자립성을 찾게 된다.
6) 진리에 항변하는 자아
이제 사물과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는 자아는 더 나아가 자신에게 주어진 사물의 개별적 법칙성을 전체 사물에게 전이시키려는 행위를 하게 된다. (혹은 그 이전에도 행할 수도 있다.) 즉 자아가 사물에게 진리를 입증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사물의 개별성을 확인한 자아는 사물자체에 관하여 자신 스스로가 지식의 확증을 얻었다고 자만하고 사물 자체를 자신의 진리로 이행시키려 한다.
하지만 자아는 먼저 자신의 일반적 유한성에 있지 않으면 안된다. 자아라고 하는 것은 대상을 가진 유한성의 것이며 따라서 이러한 유한성이 없이는 자아를 의식할 수 없다.
따라서 자아는 일반적 유한성에 의거하여 개별적 무한성을 지닌 대상 즉 사물일반에 관해 자신의 진리를 입증시키려고 하지만 사물일반의 무한성을 경험하게 될 뿐이다.
예를들어 평생동안 원자력에너지에 대해서 연구해 온 물리학자가 x,y이론으로 원자력 에너지의 공식을 해명하려 든다. 하지만 그가 진작 말하고 있는 것은 원자력에너지의 본질이 아니라 자신의 x,y이론일 뿐이다.
- 위의 물리학자는 단순히 자신의 이론을 원자력 에너지에 대해서만 국한시켰으므로 자신의 자아가 무한성에 의하여 붕괴되는 현상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적 지를 탐구하고자 하는 철학자에게 이러한 무한성으로 인한 자신의 유한성의 붕괴는 자멸이다. -
7) 불행한 의식
본질적인 진리라고 주장해 왔던 것이 자신의 개별적 유한성에 갇혀 버리게 됨으로서 다시 이의 진리를 부정하게 되는 자아는 보다 나은 의식으로 나아간다. 그것은 바로 자유이다.
자유란 자아의 의식이 최고로 고양된 상태로 정적의 결정체이며 순수한 자유의식 바로 그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러한 자유의 의식에 관해서 깊이 연구한 두 학파가 존재한다.
스토아주의 학파와 회의주의 학파이다.
전자는 자신의 유한적 자아에 모든 정신을 한계 지음으로서 외부의 변화나 요구에 일체 응하지 않고 무관심하게 세계를 유희하려고 하고 후자는 자아의 유한성을 사고를 통하여 뛰어넘어 감으로서 자신의 유한성을 무한성에 통일시키려고 한다.
전자는 일체의 변화와 정신적인 운동 (헤겔은 이를 변증론적 운동이라고 생각한다.)에 대해서 어떠한 대응도 하지않음으로서 세계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 채 내부에서 메말라 버리고, 후자는 자신의 유한적인 자아가 회의적인 사고에 의하여 붕괴 됨으로서 이것도 저것도 선택하지 못하고 갈팡질팡 방황하다가 자아의 유한성에 회의하게 됨으로서 결국은 자살하게 될 것이다. 자살은 회의주의가 세계의 문제에 자신의 자아를 투입시킬 때 일어나는 최후의 행위가 될 것이다.
둘 다 공통점이 존재한다. 그것은 어쩔 수 없이 모순적으로 밖에 파악될 수 밖에 없는 자아의 본질이 세계의 표상에 형식과 의미를 부여하거나 혹은 세계의 표상과 형식 자체를 완전히 거부함으로서 통일을 시도하려 했지만 결국 그러한 통일은 스스로가 자초한 또다른 이중성에서 괴멸한다는 것이다.
- 이것은 인간이 필연적으로 겪게 될 수 있는 본질에 관한 문제이다. -
4. 이성에 관하여
헤겔의 정신현상학에 관련한 증명은 위의 글을 마지막으로 하겠다. 조금 어렵다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다면 어쩔 수 없다. 스스로 이해력을 넓히는 지적 발전을 하지 않는 이상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헤겔의 변증법적 이론을 필자의 능력으로 더 이상 단순화 시킬 경우 글이 오히려 더욱 더 난해해 질 것이므로)
헤겔은 자기 자신과 세계의 표상에 관해서 알게 된 자아가 진리에 나아가려고 하지만 결국 스스로의 유한성에 발목이 잡혀 진리라는 무한적 일반자가 자아에게 자멸을 줄 뿐이라는 것을 위와 같이 설명했다.
헤겔은 절대정신의 부분에서 세계와 자아의 이 갈등상황을 통일시켜 보지만 필자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데다가 진리 존재 증명의 불가능성을 입증하는 이 글에서 그러한 내용은 불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바에 쓰지 않기로 한다.
그럼 간략하게 왜 우리의 지가 본질적으로 왜 진리자체를 증명할 수 없게 되는 가에 대해서 설명하기로 한다.
이 증명방법은 사실 칸트가 먼저 앞서 한 바 있으며, 또한 매우 합리적으로 증명되어 있기에 칸트의 증명방식을 따르기로 한다.
증명
만일 우리가 어떠한 사물이나 현상 (칸트에게서는 물자체)에 대해서 정의 내리고 그것을 진리를 규정한다고 할 경우, 이성적 추론이 아닌 이상은 불가능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의에 있어서 이성은 스스로가 어쩔 수 없이 무한화 될 대상에 대해서 진리 규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감성과 오성의 영역을 초과해 버리고 만다. 이 때에 이성은 이미 가련한 이율배반에 빠져버리고 만다.
이성이 오성과 감성계의 영역을 초과해버리고 주장하는 모든 개념들은 한낱 '이념'일 뿐이다. 한낱 '이념'은 아무것도 주장하지 못하고 단지 자신의 '이념'에 관해서만 주장할 수 있을 뿐이다.
이 때의 이성은 가련한 동어 반복을 행하고 만다. 즉 나는 나다. 사과는 사과다. 라는 명제를 진리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고 종합적인 판단에 의거해서 진리를 규정할 경우 그것의 진리 존재의 증명은 이미 파괴된다. 왜냐하면 진리 스스로가 표상해야할 무한적인 일반화가 개념의 종합적인 판단에 의거하여 단순히 '이것과 저것이 합쳐진 단순한 망상'이라는 것을 스스로가 이미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물자체에서 진리가 입증될려면 그것은 선천적인 규정에 의거한 선험적 종합판단에 의거해야 한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리고 선험적 종합판단은 오성을 넘지 않는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이성이 굳이 세계의 표상에 원리를 제공하고 그것의 진리를 규정지으려고 할 경우에 답은 한가지 밖에 도출되지 않는다.
이성 스스로가 규정해버린 세계의 무한성에 의거하여 이성은 그와 마찬가지로 '무한한 개념'을 규정해야 하는데 규정해야할 대상이나 혹은 규정을 증명할 사물자체의 표상자체가 턱 없이 좁고 부족하기 때문이다. 마치 한 상인이 자신의 영업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장부에다가 동그라미를 몇 개 그리는 것과 같은 것을 이성은 진리라고 말한다.
5. 종결
칸트는 이러한 이성의 선천적 근거로 인하여 이성은 진리에 대해서 아무런 해답도 제시하지 못한채 스스로 동어반복에 빠지거나 아니면 한없이 좁게 주어질 수 밖에 없는 경험 속에서 무한하게 표상되어야할 진리의 개념을 입증한다는 '망상' (마치 상인이 자신의 장부에 동그라미를 그려서넣어서 자신의 영업실적이 올려졌다고 생각하는 것 처럼)에 빠지고 만다고 했다.
철학사적 의미로 볼 때, 칸트는 혁명적인 일을 행한것에 틀림이 없다. 지금까지 단순히 사고만으로도 이해될 수 있다고 한 진리나 혹은 신의 존재가 인간의 가련한 이성의 오판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함으로서 그러한 모든 행위 자체가 '이성에 관한 무지', '지적 무능함'으로 끌어내리게 됨으로서 인간이 마치 초월적인 존재가 되어 세계의 규정성을 지으려는 '지적 무능함'에 강한 비판을 가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철학사적 현실에 의거하여 철학은 본질적으로(적어도 형이상학에서) '진리'나 혹은 '이념'이라는 망상을 도출하는 학문에서 확고하게 인간의 입장에서 인간 자신만을 확증시킬 수 있는 학문으로서 그 입장을 굳히게 되었다.
인간의 입장으로서 자신의 표상에서 일반화된 개념을 진리로 입증시킬경우 종국에 가서는 두가지중 하나를 택해야 할 것이다. 세계 속에서 자신을 고립시킬 것인가, 아니면 세계의 무한성을 실현하기 위해서 자살을 택할 것인가.
니체는 진리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인간을 '피상에 미친 도망자', '현실에서 자신을 극복시키지 못한 겁쟁이' 라는 (혹은 그와 비견되는) 표현을 써서 비웃음을 던진적이 있었다.
니체는 이러한 진리라는 표상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들을 현실적인 욕구불만에 시달린 욕구불만자라고 파악한 이로서 철학이 철저하게 인간의 입장에서 실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실존주의 철학자이다.
이러한 그의 입장에서 볼 때 이성이 피상적인 진리의 욕구에 끊임없이 시달리게 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인간의 나약함을 표상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필자는 이 글을 읽어준 독자에게 이제 마지막으로 감사의 말을 드리며, 부디 이러한 인간적 무능에 의거한 이성의 오용을 하지 말아주길 부탁하는 바이다.
그것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세계 속에서 자멸하는 자아일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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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