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감성(感性)이라는 것은 주의 깊게 살펴보면 모순으로 가득차 있다.
사실 이러한 모순점이 발견되는 것은 감성자체가 모순적이 아니라
감성을 판단하는 이성(理性)이 독단적으로 파악하여 인간의 감성을 모순으로 결정내리는 것이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도록 하자.
만일 한 여자가 어떤 남자를 재물로 인하여 사랑하게 되었다고 하자.
여기서 이 여자가 발현시키고 있는 감성은 사랑과 동시에 재물에 대한 욕구이다.
그러나 이성은 여기서 독단적인 결론을 도출시키기도 한다. 물론 이 이성이 하나의 판단조건을 전제했을 경우에 따라서 이다.
먼저 이성은 사랑에 대한 가치관을 먼저 지정한다. 전제된 판단조건은 '순수한 사랑'이라고 하자.
여기서 전제된 순수한 사랑은 어떠한 부가조건 없이 오로지 사랑을 위한 사랑을 뜻한다.
그러니까 결국 재물로 인하여 파생된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결론을 도출하게 되고,
처음에 언급되었던 '한 여자'는 사랑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여기서 조금 더 얘기를 진전시켜 재밌는 사실을 발견해보도록 한다.
이성은 단지 그 여자에 관한 사랑을 파악하는데 그치지 않고 좀더 나아가 그 사랑이 도출되게 된
그 여자의 '감성'에 까지 문제를 확대시킨다. (좀더 나아가면 전 인류에 관한 감성에 까지 문제를 확대시킨다.)
이성은 감성이 사랑에 관하여 모순점을 일으켰기 때문에 감성 그 자체에 관한 모순점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이성은 결국 사랑을 발현시킨, 감성 그 자체를 모순으로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이성의 사용은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잘못된 인식을 고치기란 또한 쉽지 않다.
왜냐하면 인간의 이성 그 자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성이 목적하고 있는 대상에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닌, 목적하고 있는 이성 그 자체'에 관심을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의 사고방식이 아니라면 모순점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원래 모순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실로 그것은 모순이 아닌 단지 이성이 모순으로 파악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가 사고하는 이성의 명령이 절대적인 것으로 쉽게 오인하여 이성이 모순이라고 파악하면
그것에 순응하고 만다. 원인은 질문하지 않은 채......
인간의 감성이라고 하는 것은 어떠한 사고에 의해서 판단될 정도로 작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심원의 깊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사고는 우리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에 대해서 분석과 해제를 요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왜냐하면 사고 그 자체는 감성으로 촉발된 경험에 의해서 제공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지 사고를 위한 사고는 공허할 뿐인 것이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다음과 같다.
우리의 감성은 혼돈되어 있는 하나의 세계다. 그것은 선할 수 도 있고 혹은 악할 수 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선과 악의 구분과 경계를 지을 정도로 인간의 감성은 단순화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순화 되어서도 안된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이성적 사고를 절대적인 것으로 맹신하고 그것에 대해서 절대적인 신뢰감을 가진 나머지
혼돈되어 있는 감성계를 무시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것은 인간은 언제나 안정된 하나의 세계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이러한 안정된 하나의 세계는 언제나 모순점을 낳을 뿐이다.
이렇게 우리에게 필연적으로 주어진 모순점을 극복하려면...... 진정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된다.
선이든 악이든 우리의 감성계에 속하는 그 혼돈 그 자체를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으면
모순점은 극복할 수 없다.
만일 혼돈으로 인하여 광기가 파생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필연적인 것이다.
본질적으로 인간에게는 어떠한 광기가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기에......
완전히 혼돈되어 있는 감성계를 받아들일 수 있는 광기가 없다면
또 다시 이성의 논란이 일어나 모순점을 파생시킬 것이다.
이성은 언제나 하나의 선택을 요구하기 때문에 선택되지 못한 가치는 언제나 모순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게 된다.
필자의 글이 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필자가 말하는 다음의 글에 주목하라.
'삶은 생각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은 느끼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대의 사고 속에 삶을 구속하지 말라
그대의 사고 속에 삶이 구속될 정도로 삶은 작지 않다. 진정으로 삶을 알고 싶다면 삶을 느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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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