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우리가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자신의 입장도 어느 정도는 굽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뭐 제가 틀리게 이해했다면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틀리다고 하시면서 보지 않으시면 상관없지만, 혹여나 옳다면 다음의 저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맹자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죠.
<천 만인이 말려도 내가 살펴서 틀림이 없다면 나는 그렇게 하리라.>
사람의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것이 언제나 옳을 수만은 없습니다. 또한 언제나 틀릴 수도 없지요.
옳고 그름의 가능성이 언제나 중간에서 타협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 어떤 누구도 타인을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 사람이 무엇을 보던 무엇을 생각하던 간에 그것은 타인의 자유입니다. 그것을 막을 수는 없지요.
하지만, 그것의 개인적인 자유가 타인과 교류하려 할 때 혹은 자신의 세계를 뛰어넘어 남과 그 세계관을 공유하려 할 때는 다릅니다.
그 때에는 자유가 투쟁으로 변하죠. 그렇지 않습니까?
타인과 타인의 의지가 맞서게 된다면 그것은 투쟁으로 변하겠죠. 그 때에는 너도 옳고 나도 옳다는 없습니다.
오로지 마지막 까지 자신의 의지를 지킨자만이 살아남죠.
보다 더 자신의 정신을 비롯한 모든 인간의 능력을 보다 더 합리적으로 발전시킨 자만이 옳게 됩니다.
님은 저를 색안경을 끼고 타인을 이해한다고 하셨지만, 한가지 잊으신게 있습니다.
제가 저의 색안경을 끼고 이해하려는 타인은 나와 의지를 맞서서 옳고 그름을 분명히 하고자 하는 사람에 한해서입니다.
타인이 자신의 세계에서 충실히 삶을 영위해 나가고 자신의 유희를 즐긴다면야 투쟁하고 싸울일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누가 옳든 틀리든 그것이 무슨 의미가 될 것 같습니까?
하지만 우리의 삶은 부득이 하게 타인과 싸움을 하게 만듭니다. 그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 속에서 또하나의 발전과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 자체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그것을 모두 통합하려는 시도는 모두 어리석습니다.
단지 그러한 투쟁을 피하려는 의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고슴도치의 딜레마>라는 이야기를 아십니까? 고슴도치들은 짝짓기를 할 때나 추운 겨울날 서로를 부둥켜 안아야 하는데,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었던 가시 때문에 상대방을 찌르고 말죠.
때문에 제대로 부둥켜 않지 못하면 가시에 찔려서 죽고 말거나 운이 좋으면 살아남겠죠.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채, 혼자의 가시 속에서 살다가는 얼어서 생명을 잃습니다.
그렇다고 가시를 없앨 건가요?
가시를 없앤다면 다른 동물에게 잡혀 먹히거나 아니면 어딘가에 쉽게 상처받아서 또 죽겠죠.
어떤 방향으로든 죽음은 가까이 있습니다.
님은 우리가 서로를 이해한다는 식의 논리를 나도 옳을 수 있다면, 너도 옳을 수 있다. 네가 틀릴 수 있다면 나도 틀릴 수 있다. 라는 이야기 인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언제까지나 서로의 입장과 논리와 의지가 서로 부딪치지 않고 자신의 궤도를 유지할 때 뿐이죠.
만일 그렇지 못하고 서로간에 부딪히게 된다면, 스스로 발전시킨자만이 살아남습니다.
그곳에는 <될 수 있는 가능성>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확신할 수 있는 가능성>만이 존재합니다.
추신
제가 타인을 이해할 때 색안경을 끼고 이해한다고 하셨는데, 그것은 님의 색안경으로 투영된 저의 모습이 아닐런 지요? 그것도 일종의 가능성 아닙니까?
가능성만을 염두해 둔다면 영원히 <1+1=2>가 될 수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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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