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말하는 실재라고 하는 것은 우리의 감관기관에 의하여 받아들여진
가상의 체계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 인간이 무언가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감각에 의하여 실제를 파악하고
그것을 사고에 의해서 인지되는 역할에 의해서 완성된다.
가상이라는 것은(혹은 형이상) 이러한 하나의 일련의 체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감상의 파상이나 혹은
그에 영향을 받은 사고의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인지된 사실 속에서 한계를 넘은 감상의 파상이 이루어질 경우 감상의 파상에
의하여 감관기관에 의하여 받아들여진 실재가 어긋나 버릴 수 있음은 물론이요
사고의 운동이 존재에 만족하지 않고 존재의 본질을 요구하는 운동을 할 경우 실재는
사고의 운동에 의해서 어긋나 버릴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실재라는 것은 어디서 부터 시작하여 어디서 부터 끝나는 것일까?
흔히 어떤이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눈으로 보는 것만 믿는다."
그의 말에 틀림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나, 그의 단순함과 무지함은 이러한 형이상학적인
물음의 본질에는 멀어져 있다. 그는 단지 '눈에 인지된 사실'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사람의 감관 기관은 눈 뿐만이 아닌 청각, 후각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면 이러한 단순한 답을 뛰어넘어서 다시 필자는 실재의 존재를 묻고 싶다.
우리에게 인지된 사실이 실재가 되기 위해서는 형이상학적인 우리의 감관 기능과 사고의 영역을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 즉 사실이 실재가 되기 위해서는 가상의 영역을 거쳐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확언하여 이것이 실재라고 하는 부분역시도 우리의 가상의 체계에 지나지 않음을
여기서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말하는 실재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하지만 필자의 물음에도 역설적인 부분이 있다.
현상되는 실재, 그러니까 이 세계가 이루어 지고 있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며 이것은 가상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필자가 여기서 실재를 하나의 가상으로 언급한다면 우리에게 주어지고 있는 이 '현상'이라고 하는
것 역시도 가상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우리가 실재라고 믿어왔던 하나의 가상, 가상이라고 믿어왔던 실재.
어느 영역에서도 그것이 전체적인 본질이라고 확언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우리가 함정에 빠지게 된 이유.
어쩌면 스스로가 만든 세계의 가상과 현상되는 실재의 범주를 잘못 이해한 곳에서 부터 시작하는 것은 아닐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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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