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추억과 Evilution, 잿빛추억과 어린왕자의 논쟁 글을 읽으면서 그나마
전에 없었던 열띤 토론이었던 것으로 그들의 토론이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이러한 토론이 오히려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되지만 논자들의 철학적 능력과는 별개로
무어라고 할까 토론의 기술 부족이라는 의외의 복병때문에 그 이상은 논의가 진전되지
않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논쟁이 파탄을 맞이하게 된것은 서로가 동의하는 공통된 것으로 부터 서로의 주장을 보완한다는 면에 집중하지 않고
다른 점을 비판하는데 열을 올린 나머지 결국은 단순한 비난 비방이 되어버린 것이다.
참으로 아쉽고도 안타까운 일이다.
토론의 기술과 거기에 필요하고 우리가 지켜야 할 매너에 대한 것에 대해 만일 이러한 자리가
철학이 아닌 다른 것을 다루는 자리였다면 크게 책할 일이지만
이 자리는 어디까지나 표면적으로 보이는 모든 선과 악, 미와 추함을 냉정하게 검토하여
궁극적인 진리를 탐구하기 위한 것이기에 너그럽게 용서하고자 한다.
당장 틀어진 어린왕자와 잿빛추억의 사이는 어쩔 수 없더라도
우선 잿빛추억을 망신 줄 만한 Evilution의 반박이 어떠한 것인지 매우 궁금하다.
그리고 필자가 Evilution 에게 개인적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다.
모독으로 느낄 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사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고 자기 자신과 남에 대하여 동일한 원칙을 적용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사람이다.
나는 또한 잿빛추억의 도덕적 성찰이 결여된 오만방자한 행동도 크게 경멸하는 사람이다.
나는 또한 Evilution의 사상도 매우 싫어하며 경멸하는 편이다. 특히 투쟁인과 가면쟁이라는 모순된 가치관은 도저히 논리적 사고를 중시하는
나로서는 이성과 감정적 양측에서 거부한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잿빛추억이야 말로 Evilution 이 말하는 바 "투쟁인"에 가깝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진리추구를 위해서 모든 기본적인 사회적 매너를 무시하는 그의 태도에서 그를 우리가 도덕적인 면에서 빵점을 매겨도 잘못되었다고 보기 어렵지만
역시 "투쟁인"이란 관점에서 볼때는 그는 여기에 글을 올리는 그 누구보다도 철저하고 위대하게 생각이 되는 것이다.
어쨋든 나는 잿빛추억이 Evilution 보다는 훨씬 근원적이고 철저한 투쟁인이라는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투쟁인이라는 것은 필자에게는 경멸의 대상이지만 말이다.
나는 잿빛추억에 한번 실망한다. 그가 "투쟁인"이기에.
그러나 Evilution에게는 두번 실망한다. 그가 "투쟁인"을 자처하기 때문이고,
막상 자신이 세운 가치 기준으로의 "투쟁인"을 자기합리화의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자기 눈앞에 "투쟁인"이 나와도 그에게 존경을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어차피 투쟁인이란 자기를 위해 마련된 자기합리화
수단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내가 최종적으로 Evilution에게 하고픈 말은 그대의 사상에 의해 한번
잿빛추억을 평가해 보고 그에게 존경을 보내는 것이 그대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이는 것이며,
그대가 어떤 원칙이나 가치 기준을 세워놓고도 자기에게만 적용하고 타인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는 모순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이런 표리부동하고 유치한 태도가 회의란 이름으로 용서될 리 만무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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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장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