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테뉴는 "우리들의 감정은 세상너머에 까지 이른다"란 짧은 에세이에서 우리들의 내세에 대한
생각들을긍정하고 있다. 나는 마찬가지로 이런 생각이 우리들의 전생에 까지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체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다는면에서 전생과 사후는 별로 다르지 않다.
그리하여 우리가 죽음에 대하여 몇마디의 유언을 준비하고 때로는 자손에게 상속할 재산을 준비하듯
전생에 대하여도 그에 합당한 어떤 의식이 있다고 하여서 별로 이상할 것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전생에 대해 일반 종교들이 다루는 방식으로 그것을 하나의 사실로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전생의 경우 개인적인 차이는 있을지언정 나의 경우에도 내가 전생을 경험이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없다. 나 스스로가 그러한 기억이 없기에 사람에 따라서 전생을 기억해 낸다는 사람이 있더라도
전혀 그 사람의 주장을 수긍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전생이라는 것에 대해 경건함과 숭고함의
감정을 품고 있는 데 대표적인 견해가 불교의 견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몇 해전에 전생을 다룬 소재의 드라마가
크게 히트한 것으로 미루어 아무튼 전생이란 어떤 경우에도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하나의 관념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 그래서 이를 좀더 과학적 내지는 철학적으로 비판하여 다음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존재하는 이 숭고한 관념을 한 차원 높은 단계로 승화시키고자 한다.
우리가 어떤 사람과 전생의 인연을 느낀다고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렇다면 그것은 대부분 전세의 기억을 떠올렸다는
것인 경우는 일단 배제하기로 하겠다. 이런 경우는 매우 특별한경우이고 설령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보편적인 것은
아닐 뿐더러 그것이 경험으로 인한 것이기 보다는 꿈과 같은 일종의 환상의 작용으로 말미암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나의 경우를 말하자면 전생의 인연을 느끼는 경우는 그 사람으로부터 무언가 설명할 수 없어 원인조차 찾을 수 없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는 것을 말한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이것만은 그 전생의 기억이 어디에서 유래하는 것이든 간에
확실한 사실인 것 같다. 자신이 그 처럼 가치를 부여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그와 같이 의식이 몰두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하다면 그러한 인상의 원인은 神적인 것에서 유래한다는 것이 확실하다고 조심스럽게 주장해 본다.
왜냐면 神의 교묘한 작용이 없었다면 그 사람은 인상으로 우리에게 인식되기 보다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냥 덜 생생한
형태의 관념으로 지각되는 것이 훨씬 옳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저 사람만이 특별한 인간으로 인식되는데
그 원인을 모르는 상황 이것이 전생을 생각하게 하는 이유인 것이다. 일부 나중에 그 원인을 찾았을 때는 전생의 연이 부정되지만
못찾은 상태는 전생으로 돌리는 것이 옳다고 본다. 왜냐면 이 셋아에는 원인 없는 결과가 없으며 정 원인이 없다면
신에게라고 그 탓을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생의 존재는 정당화될 수 있으나 그것이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겠느냐 하는 거시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전생의 연이 현세에도 이루어진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것은 커다란 아픔과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토록 강한 인상이야 말로 견디기 어려운 신의 시험과 자신에게의 시련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하여 밤 잠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고 괴로움에 정신을 잃어버릴 수도 파멸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시점에 이르러서야 우리는 우리가 흔히 운명이라고 부르는 것과 정면으로 맞닺드리게 되는 것이다.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하는 햄릿의 독백과 함께 운명에 굴할 것인지 그에 맞서 싸울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문제는 운명과의 대결이란 상황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하는 문제로서
이 점에 관하여 옛 현인들의 견해를 검토하는 것으로서 나의 운명에 관한 에세이를 끌어가려 한다.
운명이란 흔히 주사위 놀음에 비교되기도 하고 한편으로 이미 결정된 미래라는 식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운면이란 운과 명 즉 우연과 필연이라는 두 개념을 모호하게 섞어놓은 것이라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저마다 생각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전적으로 자신 외부의 어떤 신과 같은 의지가 완전히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을 운명이라 하고
어떤 사람은 운명이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한다. 스토아 학파의 견해는 다소 모호한 것 같아 실용적이지
못하고 가슴에 와닿는 바가 별로 없다. 그들은 운명을 절대적 자연법칙으로 보고 그와의 조화를 꾀한다고는
하나 약간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대의 회의주의자들은 무엇보다도 판단중지를 말했다. 미래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쓸데없이 그것에 연연하여
고통받고 괴로워 하느니 차라리 판단을 완전히 유보해 버리는 것이다.
이 점에 관해서는 에피쿠로스의 견해가 나는 매우 받아들일 만하다고 본다. 그들은 결정론적인 운명을 거두바고
"비스듬한 운동"이란 개념을 제시했는데 참으로 유쾌한 주장이 아닌가 한다. 도대체 우리가 미래의 결과를
어찌 알 수가 있겠는가? 그런데도 터문이 없이 비관하고 또는 의무감만을 갖는다면 그 강요에 의해 괴로움만을
당할 것이다. 차라리 그에 벗어난 비스듬한 운동을 하는 것이 더 낫다. 즉 그 대상과 목적에 단단히 구속되지 말고
약간 비스듬히 구속되는 것이 훨씬 편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견해에 행복하고 만족한다.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판단을 유보함으로 현재 삶에 자유의 기쁨을 주고 실은 것이다.
나는 운명에 관해 이런 태도를 유지하고 싶다.
그러나 나는 이런 견해가 다소 소극적인 방식이라고도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대체로 이런 견해는 쾌락만을 추구하고
방종만을 행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독자들을 위하여 몽테뉴의 견해를 또다른 의견으로
남겨두어야 게싿. 몽테뉴는 이 점에 관해 어차피 우리들이 미래의 결과를 알지는 못하기 때문에 될 수 있는대로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나는 이러한 견해가 매우 옳다고 생각하지만 실천하기는
꺼림직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성현들의 이러한 견해도 그것이 완전한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들 끼리의 주장도 각기 다른데다가
그들의 주장은 대부분 일장일단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가지 견해에만 죽도록 매달리는 것도 본성을 그르치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본다. 그것은 사실은 일종의 위기 관리와 같은 것으로 개인적인 노하우가 있어야 이를 잘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써 놓고 보니 매우 불완전하고 부끄러운 글이 되었지만 이정도에서 철학적인 고찰을
마쳐야 겠다.
우선 나는 모든 논리적인 생각과 스스로의 욕구를 떨치고 말하자면 전생이라하여 그것을 완전히 무시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이것은 내가 최초에 진술한 바와도 일치하고 오히려 자연적 본성에 어울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싫든 좋든 우리의 사고는 현세를 넘어 내세와 전세에 까지 가는 것이고 그것을 향유하고 즐기는 즐거움을 내 어찌
마다하겠는가? 사실 인생은 너무 짧아서 그러한 것을 옳다 그르다 따지기엔 시간이 너무 짧다.
차라리 무위의 광막한 경지에 노니느니만 못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미완인채로 글을 마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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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장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