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투어 쇼펜하우어는 근세 철학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칸트철학의 후계자로서 1848년 자유주의적 운동에 대한 탄압을 계기로 한 독일의 사회적 환멸로 말미암아 대중들에 의해 그의 염세 주의적 철학이 인정받게 된다. (스털링 P. 렘프레히트, 서양 철학사 중 4. 쇼펜하우어ｐ.531, 을유문화사)
그의 철학의 주요 쟁점은 인간의 경험이 하나의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따라서 관념적인 모든 것이 현상되는 실제에 근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의 철학은 '의지'라는 개념을 내세우게 되는 것이다.
그의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되는 의지는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본질적인 요소이며 따라서 모든 존재는 의지로부터 파생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예를 든다면, 만일 하나의 꽃이 있다고 한다. 그 꽃의 존재는 그 꽃이 살고자 하는 생존의 의지에 부합된 것이며, 그것은 외부의 존재의 의지(꽃의 영양분이 되는 무엇이라든가, 햇빛이나 비.) 와 서로 융합해 가면서 존재가 현상된다고 하는 것이었다.
즉 의지가 외부의 실제로 표상 (현상) 된 것이 세계라고 그는 이해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철학의 주장은 칸트로부터 이어 받았다고는 하나, 그의 철학적인 모색 어디에서도 칸트 철학의 엄밀성을 이어받은 부분은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철학은 하나의 독립된 것이라고 보는 편이 낫다고 판단된다.
그의 의지의 철학과 동시에 그의 철학에서 주요쟁점이 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염세주의이다.
인간의 자유가 의지로 인하여 구속받는 것으로 인한 삶의 환멸로 말미암아 탄생한 그의 염세주의적 세계관은 인간의 의지와 자유가 서로 대립되는 상황에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자유의 본질은 모든 구속과 통제 그리고 투쟁적 요소를 모두 탈피한 순수한 의미로서의 자유로서 보다 나은 삶을 위하여 구속과 통제 그리고 투쟁을 요구하는 의지와는 대립된다고 하는 것이다.
즉, 의지로서 이루어져 있는 삶은 자유를 잃었기 때문에 투쟁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라고 하는 것이 그의 염세주의적 세계관의 주제이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초기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독일 사회에서는 자유의 개념이 규제와 통제에 종속하여 존재하는 것으로 규제와 통제가 전제하지 않는 자유라는 것은 독일 사회에서는 인정될 수 없었던 것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유주의운동이 사회로부터 탄압받기 시작한 1848년 그의 철학은 이러한 사회적 배경에 영향을 받아 대중들에게 인지되기 시작한다.
그가 주장하고 있는 염세주의 철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본질적 자유로의 회기이다. 즉 인간이 진정한 행복을 누리고 싶다면 지금 행하고 있는 의지의 삶은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의지에 입각한 행복은 투쟁과 구속 억압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고통이 따르지만 본질적인 자유에 입각한 행복은 이러한 전제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사상은 동양의 불교철학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여진다. 사실 그의 철학적 내용에서는 많은 부분 동양의 사상을 빌려오고 있는데, 아마도 서구 사회적 구조에 환멸을 가지게 된 쇼펜하우어가 동양에서부터 또 다른 피안을 제공받고 싶어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 보여진다.
쇼펜하우어에서 니체에게로
이러한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후에 니체에게 큰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무엇보다도 그의 의지의 철학이 니체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후에 니체는 자신의 스승을 쇼펜하우어라고 밝히고, 자신과 쇼펜하우어를 동격화 시키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의 염세주의 철학은 니체에게 많은 비판을 받게 되는데, 삶을 하나의 극복과 투쟁의 승리로서 이해하는 니체에게 그의 염세주의는 너무 소극적이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니체 철학은 쇼펜하우어의 의지철학을 계승하는 동시에 한 단계 발전시킨 지배철학을 탄생시킨다.
삶이 끊임없이 의지의 투쟁으로 이루어졌다면 그러한 의지를 지배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목적이라고 본 니체는 어떤 의미로서는 쇼펜하우어를 비판한 철학자이기도 하다.
두 철학자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두 사람 다 천재적이었다는 것이다. 쇼펜하우어와 니체는 사실 칸트의 관념철학의 계승자로서 이해되기도 하나 사실상 그들의 철학에서 칸트의 풍미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들의 철학은 독립적이기까지 하다. 이러한 그들 철학의 특징은 그들의 천재성을 부각시키는데 모자람이 없다.
두 번째, 관념보다는 실제성에 더욱 중점을 두었다는데 있다. 그들이 관념철학을 무시하고 실제성에 중점을 둔 철학을 주장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본다면 관념철학의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칸트 이후 모든 철학이 정리되었다고 평가된 독일 철학에서는 더 이상의 관념철학이 무의미 하다는 시각도 나오게 된다. 당시의 이러한 철학사회의 환멸을 가진 이들 둘은 관념철학이 더 이상 나아갈 길이 없음을 인식하고 그들 나름대로의 실제론을 주장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철학은 그러한 독창성과 과감한 시도로 인해서 정통파 철학자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들의 철학에 너무 주관이 개입되었다는데 이유가 있다. 하지만 엄밀한 시각에서 볼 때 그들 철학에는 관념의 이해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실제의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볼 때, 그들 개인의 주관성 개입은 어쩌면 필연적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실제를 파악하기 위한 정보는 경험에서 시작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대 철학사에도 이 둘은 많은 영향을 끼치는데 특히 니체는 후기 실증주의 교육철학에 많은 영향을 끼침으로 해서 그의 철학적 능력을 인정받게 되기도 한다.
필자 역시 철학을 처음 접하게 되었을 때, 만나게 된 철학자도 이들 둘이었다. 사실 철학을 어떤 식으로 접근해 가든지 간에 중요한 것은 본질의 탐구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들의 주장이 옳든 그르든 간에 그들 역시 하나의 본질의 탐구를 위하여 노력한 점이 필자에게는 높이 평가되는 점이다. 또한 그러한 본질의 탐구가 단순한 피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하는 표상으로 존재하기를 원하였다는 점에 있어서도 필자는 이들의 철학을 존경한다.
이 글을 접하는 독자가 만일 어떠한 의식을 지니고 본질을 탐구하려는 자세를 지녔다면 이들 같은 독립적인 자세로서 자신들만의 철학의 길을 걸어간 비운의 천재들을 한 번 배워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점에서 필자는 이 글을 남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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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