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깨비의 철학공부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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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파깨비 
Subject  
   1999년 5월...
1999년 5월, 그날은 스승의 날 전후한 모임이 있었다. 그래서 지도교수님이랑 학생들이 같이 산행을 갔다. 관악산을 등반하고 중간에서 내려와서 식사를 한 후 칵테일 집에 가서 칵타일을 마시면서 얘기를 나누었다.
그날 처음 보는 얼굴들이 몇 있었다. 그 중의 한 사람, 갓 대학에 들어 온 여학생인데, 여성적인 데는 전혀 없는 여자 아이. 우리 지됴교수님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벤쳐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외국어 대 학생이라고 했다.
난 여학생들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에(-_-;;;)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칵테일을 마시면서 우연히 바로 마주 앉게 되었다. 참고로 이 여학생, 별로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게 생긴 형이 아니다. 오히려 여자애들에게 인기있을 만한 여자아이였다. 하여튼 그래서 무언가 얘기를 하는 것이 편했다.
그 때 내가 심심풀이로 몇 마디를 물어보다가 그 아이의 눈매를 보았다.
"어, 너 보기보다 생각이 굉장히 깊은 편이구나. 뭐랄까, 사물의 이면을 보려고 노력한다고나 할까... 머리 좋은 애들은 흔히 봐도 너 같은 애는 별로 많이 못 봤는걸."
글세... 그 여자 아이의 평소 행동거지를 볼 때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좀 장난스럽고 공격적인 행동으로 사람들과 친한 편이었다. 잘 웃고, 노래 잘 부르고, 내숭 같은 것은 전혀 떨지 않고, 뭐 이런 것 말이다. 사물의 이면을 보려는 날카로운 사고력을 가지고 있다니...!
그 사실을 알려면 눈매를 보면 되는데, 이 눈매를 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꼬집어 말하라면 참 곤란하다. 그런 사람들을 몇번 보면서 지적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내 말이 너무 뜻밖의 말이었고 옳았기 때문에 그 아이도 내가 하는 말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면서 내가 그 아이의 과거를 짚어들어갔다. 물론 다른 이야기도 많이 했다.
"음... 넌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사고방식이 많이 바뀌었구나. 이건 너 스스로도 중요한 순간으로서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내 말이 맞으면 맞다는 것을 금방 알 거야. 어떤 식으로 바뀌었냐면, 뭐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이 있거나 한 것은 아니야. 그냥... 뭐랄까, 자신에 대해서 항상 생각을 정리하고 사고를 체계적으로 하기 시작했다는 거, 그런 거지. 그러면서 다른 친구들을 보면서 속이 좀 탔을 거야. 왜 저렇게 아무 생각없이 사는 걸까.... 하는 안타까움으로 말이야."
일단 독심술이 정확하게 걸려들면 맞고 틀리고를 따질 필요가 없다. 그건 마치, 눈 앞에 보이는 물체들이 정말 실제로 그렇게 있는지에 대해서 의심할 필요가 거의 없는 것과 같다. 그냥 빤히 보이는 그대로 모든 것이 그렇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숙달하는 데에 시간이 꽤나 걸리지만 말이다.
과거를 거슬러서 그 사람의 마음을 따라 알로가는 것도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이 자신의 과거를 잘 기억하고 있을 수록, 그리고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을 수록 그 사람의 과거를 분명하게 읽어 올라갈 수 있다. 고등학교 2학년-!이라는 말에 그 아이가 놀랐지만, 나도 사실은 조금 놀랐었다, 그 때는. 분명히 고등학교 2학년이라는 것이 빤히 보이듯이 느껴졌지만, 반쯤은 계산이 작용한 것이다. 각 나이 별로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그 생각들이 변해가는지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 어떤 학생의 사고가 크게 변화했다. 아니 안정된 틀을 확립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그 정도만 생각하면 된다. 나머지는 그냥 짐작하듯이, 하지만 짐작은 아닌 채, 읽어가는 것이다. 고등학교 1학년인지, 2학년, 아니면 3학년인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연히 맞았을 수도 있다. 숙달되면 정확성이 늘어나는 것은 모든 기술자들의 기술이 발달하는 것과 같다.
하여튼, 그래서 그 아이에 대해서 내가 뭔가를 더 추가적으로 말해 주었다. 그건 여기서 말할 바는 아니다. 그 사람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 오면 그 사람 자신이 기억해야 할 말이었으니까. 여러분과는 전혀 무관한 이야기.
그런 일도 있었다.



   아래, 1999년 5월에 덧붙여...

파깨비
2003/02/03

   2002년 봄의 어느 날...

파깨비
2003/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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