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을 만났다.
어떻게 만났냐면, 조금 멀찍이서 만났다. 그냥 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른 채 그렇게 만나서 얘기를 했다.
자기는 철학을 공부하고 싶은데, 그리고 그래서 철학 교수가 되고 싶은데 자신의 꿈이 공허해 보이고 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게 충고를 구했다.
그런 일은 의외로 여러번 있다.
나는 철학 교수도 아니고 유명한 철학자도 아니지만, 단지 철학에 관한 사이트를 운영한다는 이유로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 이에 대한 답은 이미 교수가 된 분들이 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정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몇가지 어려운 점들을 곧잘 지적하곤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생각하자면 이렇다.
흔히 받는 질문 중의 하나는 이것이다. 철학이 좋아서 공부하고 싶은데 미래에 대한 보장이 어려울 것 같아서 망설여진단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생각은 이렇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되, 그것으로 미래에 대한 보장을 삼지는 말라는 말이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함으로써 생계를 꾸릴 수 있다면 참 좋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때로는 그 때문에 생명까지도 위협받는다. 그런데 누군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것으로 미래까지 보장받고자 한다면 그는 그럴만한 자격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자면 그 사람이 천재라든가... 뭐 이런 것 말이다.
그나마도 현실적으로는, 천재들이 불행한 삶을 살다가 간 경우도 흔히 있으므로,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만약 그것도 아니라면, 즉 그 사람이 천재도 아니라면, 단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그 속에서 미래를 보장받으려 한다면 지나친 요구가 될 것이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면 직장생활을 하는 그 많은 사람들이 다 바보는 아닐 것이다.
"철학", 듣기 좋은 말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철학 공부를 조금씩 해 보라고 권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듣기 좋고 즐거운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그 속에서 모든 것을 구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내가 철학을 전공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철학을 좋아하고 어떤 심오한 문제, 혹은 심오해 보이는 문제에 대해서 사색한다는 것이 무조건 고귀한 것은 아니다.
* 파깨비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4-03-15 07: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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