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논리학에 대해서 원래 하려던 말은 이것이다.
어떻게 보면 논리학은 공부하기 쉬운 분야 중의 하나라는 거다.
이 때 말하는 논리학은 현대 논리학, 혹은 기호논리학을 말한다.
논리학을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논리학 논문이나 전공서적을 읽으면 처음부터 기가 죽게 된다는 것에도 동감한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이 있더라도, 바로 '그것만' 잘 읽고 이해해 내는 것, 공부하는 것이 바로 전부라는 점에서 논리학은 공부하기 쉽다.
다른 분야와 비교하자면, 다른 분야는 읽어야 할 책이 엄청나게 많고, 그것들 중 어느 것도 같은 내용이 아니며, 어느 것도 필수도 아니고 어느 것도 선택도 아니다.
이에 비해서 논리학은 기본 교과서 하나만 제대로 독파하면 다른 책의 내용은 모두 같기 때문에 정말 잡지처럼 책장 넘기면서 볼 수 있다.
논리학을 전공한 내 구체적인 경험을 말해 보겠다.
나는 박사과정 입학 후 1학기를 마치고 윤리학에서 논리학으로 전공을 바꾸었다.
철학에서 윤리학과 논리학은 매우 대칭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모든 철학자가 윤리학에 대해서는 나름대로의 입장이 있다. 모든 철학사상은 또한 윤리학적인 함축을 갖게 된다. 이에 반해서 논리학은 전공 철학자가 아니면 입도 뻥긋 하기 어렵다. 뭔가 대략적으로라도 알아야 뭔가 말을 할 것 아닌가?
윤리학은 누구나 대략적으로 뭔가 안다고 느끼기 쉽고, 논리학은 아주 그 반대이다.
하여튼 그래서,
석사 때가지 윤리학을 전공하다가 박사 때 논리학 전공으로 바꾸는 힘든 결정을 했는데...
마침 지도교수님이신 김영정 교수님은 "오란디프"라는 벤쳐 회사를 만드셔서 논리학 전공 제자들을 대부분 다 데리고 활동하고 계셨다.
무슨 말인고 하니, 같이 공부할 논리학 전공자들이 하나도 없었다는 말이다.
그래서 논리학 필독서를 하나 정해서 혼자서 읽어가기 시작했다.
진도는 매우 느렸다.
이건 수학 공부를 처음부타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원래 논리학 전공을 한 목적에 바로 접근했다.
새로운 논리체계를 만들어 본 것이다.
물론 지금 그 논리체계를 완성시킨 것은 아니다. 그 때 당시에 만든 논리체계는 엉터리였다.
하지만 그런 엉터리를 가지고 시작하였지만, 이것이 엉터리인지 제대로 만든 논리체계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점점 논리학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는 한 권의 논리학 교과서를 깊이있게 다 이해하고 나자 다른 모든 논리학 교과서에서도 같은 내용을 말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같은 내용인데, 기호 사용법 정도가 다른 것이다.
그 때부터는 논리학 책을 읽는 것은 잡지책을 읽는 것처럼 쉽게 되었다.
논리학은 틀리면 틀리고 맞으면 맞다.
애매한 부분이 다른 철학 분야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그 내용도 표준적이다.
학자들마다 입장이 다른 것이 별로 없다.
객관적인 지식이라는 느낌이 드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그 와중에도 어떤 학자들은 자기 입장을 개진하기도 한다.
하여튼,
정확하게 옳고 그름이 가려지는 것, 이것이 쉬운 것이다.
* 파깨비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4-03-15 07:32) |
|
처음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