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에 볼 일이 있어서 갔다.
그런데 거기에서 연구소장님과 학문적 논쟁이 벌어졌다.
태권도 역사 교재의 내용에서 '역사관'에 대한 대표 학자로서 랑케와 카아 두 사람을 거론해 놓은 내용이 있었다.
그런데 연구소장이라는 교수는 왜 '랑케'와 '카아'를 대표적인 역사관을 제시한 두 학자로 거론하느냐 하고 문제삼았다.
내가 볼 때는 두 사람을 제시하는 것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랑케는 근대 역사학의 아버지라고 불리고 카아는 랑케의 실증사관을 비판하면서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이다"라는 명제를 성립시킨 유명한 학자가 아닌가?
그래서 내가 대답했다.
"글쎄요... 그럼 소장님은 어떤 학자를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러니까 대답이 나오는데,
"그러니까, 내가 최근에 읽은 책에서는 기존 역사관과 니체와 마르크스 사관 등을 포괄하는 포스터 모더니즘 사관 등도 있고..."
"그런 역사관의 문제를 제시하는 내용에서 '니체'와 '마르크스'를 넣으라구요?"
참 웃기는 얘기다.
여러 이야기를 했는데, 결국 국기원 연구소에 있는 다른 연구원들이 모두 같이 이해한 연구소장의 생각은, 자신이 읽은 책 한 권의 내용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서울대 역사학 교수가 최근에 쓴 연구가 반영되어야 하는 것 아니겠어?"
하도 웃겨서 내가 대답했다.
"그건 좋은데, 그럼 하버드 대학이나 버클리 대학에서 나온 최근 연구들은 어떻게 반영하지요?"
...
태권도학과 교수라는 사람의 학문적 판단이라는 것이 이런 수준까지 내려온다는 말인가?
책 한 권 읽었다고 그 내용을 태권도 지도자 교육과정 교재에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생각...ㅋㅋㅋ
뭔가를 안다는 것보다,
자신이 아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이것이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이었다.
이런 가르침이 필요한 사람들이 오늘날 교수 사회에도 있다는 것이 놀랍다.
* 파깨비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4-03-15 07: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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