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뷰티풀 마인드> 안에서 주인공인 내쉬 교수는 학생 시절 때에 프린스턴 대학에서 논문을 하나 써서 교수에게 가지고 간다.
논문을 뒤적이듯이 읽어 보고 그 지도 교수가 말한다.
"자네도 알고 있나? 이것은 150년 전통의 경제학의 기본 개념을 뛰어넘는 주장이야."
주인공인 존 내쉬가 대답한다.
"예, 알고 있습니다."
그러자 지도 교수가 다시 묻는다.
"너무 새롭다고 생각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선생님."
잠시의 침묵이 흐른 후에 지도 교수가 말한다.
"그런데 내쉬 군. 자네가 이런 통찰력을 유지한다면 어떤 위치에서도 잘 할 수 있다고 확신하네."
그리고 존 내쉬는 이 이론으로 노벨상을 수상한다.
참 부러울 뿐이다.
가장 부러운 것은, 노벨상을 수상했다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사고방식을 뛰어넘는 새롭고 독창적인 이론을 제시했을 때, 그 이론이 훌륭한 경우에 그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해 주는 환경에 있다는 것이 가장 부럽다.
나는 박사 논문으로 한 50년 전통의 양상 논리학 이론을 뒤집을 만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당연히... 박사 논문으로서 부적절하다고 거부당했다.
그런데 그 거부의 이유가, 내 주장에 논리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면 불만이 있을 수 없다.
내 논문의 주장에, 논리학의 논문에, 어떤 논리적인 문제점이 있는지를 아무도 지적하지 못하면서, "그런 방식으로 접근하면 안된다"라고 거부당한 것이다.
세 분의 교수님이 핵심적으로 사전 심사를 하셨는데, 그 중 한 분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이 선생(나)의 논문에, 아직 우리가 모르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든지, 아니면 이미 누군가가 그런 주장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교수님이 가장 호의적인 입장을 보여주신 것이었다.
내용은 이렇다.
기존의 논리학에서 가장 정설에 가까운 입장에서 출발한다. 기본 원칙들 중의 하나인 "기호 논리학의 기호에는 항상 동일한 의미가 부여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입장에서 출발하면 최근 50년 사이에 발전한 논리학의 한 분야가 잘못되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왜냐하면 그 분야를 성립시키는 가장 중요한 기호에 항상 동일한 의미를 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요는 이렇다.
기본 원리에 따르면 현대 논리학의 한 분야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논리적인 주장의 어디에 잘못이 있는지를 지적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기존의 학설이 잘못되었을 리가 없으니까 내 논문은 엉터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논문을 영어로 써서 외국 학술지에 보내 보려고 준비하고 있다.
괜히 이 글의 분위기 상 그런 느낌을 풍길지 겁이 나서 하는 말인데,
내가 천재라는 말이 아니다.
내 주장에 뭔가 잘못된 점이 있다면 정확히 어떤 점이 잘못되었는지나 알고 거부당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내가 프린스턴 대학에서 그 논문을 써서 제출했다면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
역시 거부당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논문에 정확히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서울대 교수들 앞에서 간단하게 발표했을 때에는, (두번이나 발표했는데) 아무도 문제점을 찾아내지 못했었다.)
철학과 같은 인문학에서는 대체로, 어떤 학설의 옳고 그름이 명확하게 판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논리학은 다르다. 오늘날 현대 논리학은 거의 수학과 다름 없는 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듣던 말이 갑자기 현실이 되어서 내 마음을 억누른다.
- 논문통과를 원한다면 기존의 학설을 뒤집지 말라. -
<부티불 마인드>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
그 안에서 존 내쉬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균형 자유 이론"을 논문으로 써서 인정받았지만 정신병으로 고생한다. 그러다가 아내의 헌신적인 사랑과 자신의 노력으로 그 어려움을 딛고 마침내는 노벨상까지 수상한다는 내용이다.
일종의 인간승리의 이야기이다.
* 파깨비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4-03-15 07: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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