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랫 동안 철학을 공부하고, 또 한 몇 년 학생들에게 철학을 가르쳐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사람들이 철학을 공부하고자 할 때 그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진리 자체가 아니라, '무언가 "멋있어 보이는 것", "어려운 것"을 나도 공부한다는 것, 안다는 것, 그런 허영심'이라는 것을 나는 자꾸 인식하게 된다.
그것을 철학을 오래 공부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다.
어떻게 알 수 있느냐 하면,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물어 보면 된다.
무엇에 대해서, 어떤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고 공부하는가? 왜 그것을 공부하고 생각하는가?
어떤 사람이 어려운 방정식을 풀고, 미분적분의 수학식을 풀어나간다고 생각해 보자.
그런데 그 수학식들이 '어떤 것'에 대한 것도 아니라면, 더 나아가서 어디에도 적용될 수 없는 엉터리라면 어떻겠는가?
그 수학식 풀이가 아무리 멋있어 보이더라도 그 사람이 하는 일은 수학 연구도 공부도 아니게 될 것이다.
철학의 문제들도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철학적 문제들이 관련되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삶의 어떤 부분과 관련된다.
적어도 철학자들이 문제를 연구하고 자신의 사상을 발전시킬 때는 그랬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지적 허영심으로 '그냥' 유명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공부한다.
그리고 그 이유들은 이렇다.
누구누구의 말이 멋있어서! 혹은 어떤 철학자가 유명해서! 아니면, 무언가 자신의 말을 그럴듯하게 만들려면 유명한 사람들의 말을 끼워 넣어야 하니까.
확실히, 이 모든 것들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철학이 아니다.
멋있는 말을 하기 위해서 하는 공부라면 그것은 문학이고 유명한 철학자의 말을 외우는 것이라면 그것은 암기이며 다른 사람들의 말을 끼워 넣어 자신의 말을 그럴듯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그리고 그것 뿐이라면 그것은 속임수일 뿐이다.
철학은 문학도 아니고 암기도 아니며 속임수도 아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따지는 반성이다. 즉 비판이다.
그 반성과 비판의 능력마저 쉽지 않기 때문에 철학자들의 방식을 따라서 반성하고 비판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반성과 비판이 핵심이어야 한다.
* 파깨비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4-03-15 07: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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